나문희, 이제훈 주연의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과거사의 커다란 아픔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현재적 시점에서 탁월하게 풀어냈다는 관객 평을 얻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는 전국 1004개 스크린에서 5100회 상영돼 8만 7141명의 관객을 모으며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휴먼 코미디 장르를 표방한 이 영화는 '구청 민원왕' 할머니 옥분(나문희)과 원칙·절차만이 답이라 믿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가 영어로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안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녹여냈다.
이 영화를 접한 많은 관객들은 먼저 '눈물'을 언급하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f*****'는 "'아이 캔 스피크' 보고 상영관에서 눈코입 분실함'이라고, '@b******'는 "너무 울어서 눈 아퍼"라고 적었다.
'@I*****'는 "아이 캔 스피크 보고 왔다. 깜빡하고 휴지를 안 챙겼었다. 친구가 가져다줄까? 하는 것을 괜찮다고 말렸다. 부탁할 걸 그랬지. 수도꼭지 콸콸 뽑고 나왔다. 정말 좋았던 영화.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깊어 한 번 더 보고 싶었다"라는 평을 남겼다.
영화의 메시지와 절제된 표현법에 주목하는 의견도 눈에 띈다.
'@n*******'는 "'아이 캔 스피크'의 여러 가지가 좋았지만, 특히 좋았던 건 한국사회의 책임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발언한다는 것이다. 폭력과 착취의 희생자들과 연대하고 피해를 회복하도록 돕는 대신, 어디 가서도 말하지 말라며 쉬쉬하고 수치스럽다고 묻으라 말한 조국"이라고 전했다.
'@c*****'는 "'아이 캔 스피크' 봤고 연출이 강압적이란 느낌이 아니라 좋았다. 간혹 그 특정사건에 대한 고발이라며 '봐라! 야 이렇게 잔인하고 우린 그걸 더 잔인하게 표현할 거야!'라면서 피해자가 보면 더 상처쑤시는 영화들 있는데 그러지 않아서 좋았음"이라고 강조했다.
◇ '킹스맨 무대인사 취소 관객 모임' 온라인 카페까지
일찌감치 올해를 휩쓸 기대작으로 꼽히던 '킹스맨: 골든 서클'(이하 '킹스맨2')이 내한 배우들의 무대행사 취소라는 악재로 논란에 휘말린 상황에서, '아이 캔 스피크'의 약진이 극장가 판도에 어떠한 변화를 미칠 지 주목된다.
'킹스맨2'는 오는 27일 개봉에 앞서 지난 20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한국을 찾은 콜린 퍼스 등 출연 배우들의 무대인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해당 무대인사는 이렇다 할 설명 없이 돌연 취소돼 행사장을 찾았던 관객들의 원성을 샀다.
배급사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측은 이날 SNS를 통해 공식 사과와 함께 아래와 같은 해명을 내놨다.
"무대 인사에 앞서 진행돼야 했던 부산 극장 생중계가 이원 송출 문제로 인해 15분 이상 지연 됐다. 어렵게 화면이 연결돼 배우들이 생중계에 참여했으나 서울에서는 부산 쪽의 화면과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 반복 됐다. 이에 송출 관계자는 생중계를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행사 상황을 전달하려던 관계자의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인해 배우 인솔 관계자는 전체 행사 일정이 취소 됐다고 판단, 배우들을 숙소로 이동 시키는 예상치 못한 해프닝이 발생했다."
결국, 행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배우들이 숙소로 이동하게 됐다는 말이다.
이어 "관계자들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무대 인사를 대기하며 시간이 흘렀고, 급기야 배우들을 기다리던 관객에게 취소 상황을 제대로 공지하지 못하는 불미스러운 상황으로 이어졌다"며 "오늘 어려운 발걸음 해준 관객께 조속한 조치와 사과가 이뤄질 수 있게 준비하겠다. 다시 한 번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금일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깊이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배급사 측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행사를 찾았던 누리꾼들은 '킹스맨 무대인사 취소 관객 모임'(cafe.naver.com/20foxstopit)이라는 온라인 카페를 통해 당시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 카페 운영자는 지난 21일 공지사항을 통해 "이번 시사회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분들이 많은데 여러 커뮤니티에 흩어져 있는 관객 여러분이 한군데에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카페를 만들었다"며 "페이스북 메시지나, 메일 등으로 개인이 항의하는 것보다 다수를 모아서 의견을 개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