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자료사진/박종민 기자)
가수 겸 배우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여성들 중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송모(여·24)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심경을 밝혔다.
21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은 송씨는 재판이 끝난 뒤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송씨는 "(박유천에게) 원치 않는 성관계를 당한 뒤 너무 힘들어 자살까지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날의 일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고 입을 열었다.
"시간이 지나면 충격이 잊혀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고, 가해자를 멋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싫었습니다. 유흥업소 종업원 말을 누가 믿어줄까라는 생각을 한 용기 없는 제 자신도 싫었습니다."
송씨는 "누군가 저와 똑같은 성폭행을 당해 (박유천을) 고소했다는 기사를 보고 가해자가 그런 짓을 또 하고 다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고소를 했지만 무고로 역고소를 당했다"며 "도움을 줄 주변 사람이나 가족이 없는 상황이라 막막하고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제가 무고죄의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사람들이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일했던 곳은 합법적으로 운영되던 1종 유흥업소 주점으로 성매매와는 무관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술집 화장실은 원래 그런 곳'이라고, '한류스타가 뭐가 아쉬워서'라고 악플을 달았습니다."
송씨는 "수사 기관에서 제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아 억울했다"며 "유흥업소 직원이라고 해서 무고라고 하고, 돈을 바라고 고소했다고 하는 현실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재판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제 신체 일부가 아무렇지도 않게 재판장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괴로웠습니다. 검사님이 '피를 왜 수건으로 닦지 않았느냐' '삽입 못하게 허리를 왜 돌리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수치심 때문에 눈앞이 흐려졌습니다."
송씨는 "무죄를 선고받아 기쁘지만 이게 마냥 기쁜 일인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가해자는 반성을 하고 있는지, 정말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것인지, 저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일부 팬들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인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저는 박유천 씨가 이야기를 하러 화장실을 가자고 해서 따라갔고, 거기서 몸이 돌려지고 눌려진 채 원하지 않은 성관계를 했었습니다. (눈물). '하지말라'고, '그만하라'고 애원했던 그날의 처참한 광경이 아직도 생생한데…."
마지막으로 송씨는 "적어도 직업이나 신분에 대한 편견 때문에 무고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기자회견을 열고 심경을 밝히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함께 자리한 송씨의 변호인 이은의 변호사는 "현재 송씨는 검찰이 불기소한 박유천의 성폭력에 대해 재정신청을 하고 그 판단을 구하는 과정에 있다"며 "피해를 당하고도 무고로 몰아 피고인을 만드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은의 변호사가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송씨는 기자회견장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김현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