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국경제를 설명하는 행사를 연 자리에서 북핵과 새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쏟아지는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하며 이들의 투자 불안을 불식시키는데 주력했다.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금융계 핵심 리더들과 사전환담(Business Roundtable)을 가진 뒤, 현지 금융·기업인들 200여명이 참석한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대화(Dialogue with President Moon)'를 연 자리에서 투자자들의 질문에 능숙하게 답변하는 면모를 보였다.
북한 리스크와 관련한 방어 전략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지금 한미 동맹은 대단히 굳건하고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 있어서도 한미 간에 공조가 아주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북한의 핵 문제로 한국 경제에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가 전혀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따른 한국 경제 변화 양상을 묻는 질문에도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성장의 길이라는 점을 설명하는데 집중했다.
재벌개혁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한국의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이 한국의 고성장 이끌어 왔고 앞으로도 한국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이제는 재벌 체제가 그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재벌 개혁은 재벌들의 경제 활동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고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야 더 높은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분배 정책이 새로운 기업 투자 환경에 저해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렇지 않다"고 일축하며 "한국경제는 빠른 시간에 급속한 성장을 이뤄왔지만 2000년 이후에는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은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새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를 이전 정부와 다르게 갖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수출이 증가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고 경제 정상도 예전처럼 되지 않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국민 가계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그것이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능력을 높여주면 내수가 진작되고, 그것이 새로운 경제성장의 길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성장의 길이고 한국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미국에서도 적용해 보고 싶다는 말에는 "미국과 한국은 나란히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이고, 이런 불평등과 양극화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그 해소 방안 중) 한 가지는 역시 가계소득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첫 번째 길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최저임금을 높여 노동이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고 또하나의 길은 가계의 지출을 경감시켜 그만큼 가계의 소비 여력을 높여주는 것"이라며 "한국의 새 정부는 가계 수입을 높이고 가계 지출을 줄여주는 양 방향으로 모든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그것이 미국의 경제 정책에도 뭔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사전환담에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과 헨리 트래비스 KKR 회장, 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 회장,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 회장, 레온 블랙 아폴로 회장, 댄 퀘일 서버러스 회장 등 미국 금융계 핵심 리더 8명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참석했다.
사전환담에 이어 진행된 '경제인과의 대화'에는 Bank of America, UBS, Credit Suisse 등 투자 은행, 스타우드 캐피털, 브룩필드 등 자산운용사, Cs, NBC, 포브스 등 언론사를 비롯한 각계 CEO 등 고위급 인사 100여 명을 포함해 총 200여 명의 금융·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