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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고 군대 가야하는' 한국 육상의 아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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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상무에 못 가면 90% 이상 은퇴한다고 보면 됩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20일 국방부 검찰단과 상무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상무 육상지도관 이모 코치는 2014년부터 올해 3월까지 육상 선수 36명으로부터 총 3억245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및 병역법 위반)로 5월 구속 기소됐다.

뇌물을 공여한 선수 가운데 전역자가 2명, 현역 복무 중인 선수가 16명, 그리고 입대 예정자가 10명이다. 나머지 8명은 선발되지 않았다.

국군체육부대, 흔히 말하는 상무는 엘리트 체육 선수의 군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적인 체육 발전을 위해 1984년 창설됐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포함해 숱한 스타들이 상무의 혜택을 누렸다.

다만 운동 선수들에게 너무나 민감한 군 문제였기에 비리의 온상이 됐다. 육상은 이전에도 상무 감독이 선수 선발 주선 등으로 거액을 받아 구속 기소된 적이 있다. 말 그대로 곪은 곳이 터진 셈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 김돈순 사무처장은 "상무 지도관이 기술위원회 위원이었다. 이미 기술위원 제명 조치를 한 상태"라면서 "다만 조사 중이라 확실한 징계는 할 수 없었다. 형이 확정이 되면 그에 따른 징계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거론됐고, 임원 긴급회의를 소집해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먼저 스포츠공정위원회(상벌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제명이라는 징계도 가능하다. 김돈순 사무처장은 "스포츠공정위원회에 변호사 등 전문가가 있다. 지금 상태에서 벌을 줄 수 있느냐 판단할 것"이라면서 "일단 명예를 실추시켰기에 그에 대한 제재가 들어갈 것이다. 형이 확정되면 최대 제명 징계가 내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 임원 회의에서도 그런 논의를 했다. 시도 연맹을 비롯해 실업팀에도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상무 못 가면 사실상 은퇴…돈 주고 군대가는 현실

육상 선수들이 돈을 주고서라도 상무 입대를 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2년 가까운 시간을 그냥 보낼 수 없기 때문. 일반 군에서는 훈련이 불가능하다. 경찰대학교에도 육상부가 있지만, 인원은 상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무엇보다 훈련 시설에서 차이가 크다.

상무 감독을 역임한 오창석 백석대 교수는 "상무에 못 가면 선수 생명이 끝난다. 일반 군에 입대해 2년 운동을 안 하면 재기가 어렵다"면서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딸 정도 실력이면 연봉이 5000만원 이상이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7000만원에서 1억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그 선수들은 상무 입대를 위해 돈을 줘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창석 교수의 말대로 상무 입대 실패는 곧 은퇴나 다름 없다. 물론 예외는 있다. 일반 군을 전역한 뒤 국가대표까지 오른 케이스도 있다.

오창석 교수는 "가뭄에 콩 나듯 간혹 있다. 마라톤에서 국가대표가 된 선수들도 있다. 일반 군에서 배려를 해준 덕분"이라면서 "사실상 힘들다. 전투화를 신는 자체가 운동하는 근육을 바꾼다. 일반 군에 가면 90% 이상 은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상무 입대 여부에 따라 수입도 달라진다. 상무 입대 후에도 시도 군청, 그리고 실업팀에서 지원금이 나온다.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면 포상금도 받는다. 당연히 상무 입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창석 교수는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엄청 크게 작용한다. 많으면 한 달에 100만원 정도 지원금이 나온다. 개인 종목은 고향 소속으로 나가기에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면 1000~2000만원씩 받는다"면서 "이밖에 전국대회 등도 성적에 따라 포상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지도자도 "지원금과 포상금 규모를 보면 상무 입대를 위해 돈을 써도 아깝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선수 선발 제도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무는 지원선수에 대해 경기전적, 대표경력, 체력측정, 신체검사, 인성검사, 잠재역량으로 구분해서 평가한다. 마음만 먹으면 지도자가 선수 선발에 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오창석 교수는 "상무에서 선수를 뽑는 게 아니라 연맹에서 파견 형식으로 보내는 것이 해결책"이라면서 "육상은 기록이다. 선수 뽑는 기준을 정하기 좋지 않냐. 명색이 국가대표, 전국체전 1등이 돈을 내고 입대하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돈을 내고 군대를 가야하는 한국 육상의 아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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