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진영 (사진 제공=kt 위즈)
19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흐름은 크게 둘로 나눠 볼 수 있다.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과 빗줄기가 그친 이후. 비가 내리기 전까지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해 절정의 순간을 예고하는 정도였다면 비가 잦아든 이후부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LG에게는 '새드 엔딩'이었다.
LG가 또 한번 kt의 매운맛 고춧가루에 고개를 숙였다. kt가 15-7로 이겼다. 7회까지 스코어는 3-1 LG의 리드. 하지만 LG는 8회초에 5점을 줬고 9회초에는 9실점 했다. 8,9회에만 14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경기 중반까지는 LG 분위기가 좋았다.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주간 첫 등판 경기에서 7이닝 1실점 호투를 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kt의 8회초 공격. 이때부터 서서히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경기 흐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LG는 불펜을 가동했다. kt는 반격했다. 1사 1,2루에서 유한준과 박경수가 연속 적시타를 때려 승부를 3-3 동점으로 만들었다.
kt는 계속된 1사 1,2루 찬스에서 대타 이진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때 더 이상 경기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오후 9시14분 경기가 중단됐다. 약 30분이 지나 빗줄기가 잦아들었다. 그라운드를 정비한 뒤 오후 10시7분쯤 경기가 재개됐다.
마운드에는 비가 오기 전 마운드를 지켰던 정찬헌이 여전히 서있었다. 이진영은 경기 재개 후 정찬헌이 던진 첫 공을 주저없이 받아쳤다. 타구는 오른쪽 담장 뒤 노란색 바를 맞고 그라운드 안으로 튕겨나왔다.
첫 판정은 홈런. LG의 비디오 판독 요청 이후 2루타로 정정됐다. 심판은 그 사이 주자 2명의 득점을 인정했다.
kt는 비가 그치자마자 승부를 5-3으로 뒤집었다. 그리고 장성우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보탰다. kt가 6-3으로 달아났다.
흐름상 LG가 다시 일어서기는 어려워보였다. LG는 일어섰다. 정성훈이 적시타를 때린 뒤 이형종이 역전 3점홈런을 쏘아올렸다. 순식간에 4점을 뽑은 LG는 다시 7-6으로 앞서나갔다.
극적인 역전승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3개. 하지만 kt는 9회초 선두타자 로하스의 3루타로 LG 관중석을 다시 걱정 속에 빠뜨렸다. 계속된 무사 1,3루에서 대타 오정복이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kt는 계속 주자를 쌓았다. 이 과정에서 LG의 결정적인 수비 실책도 있었다. 오태곤이 2타점 2루타를 때려 9-7 재역전을 만들어냈다. 대타 김동욱과 하준호의 적시타가 이어졌고 로하스가 승부를 결정짓는 만루홈런을 쏘아올렸다. 로하스의 한방이 터진 순간 반전 드라마도 끝났다.
kt는 결국 LG를 15-7로 눌렀다. 놀라운 막판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진욱 kt 감독은 경기 후반부 세 차례 대타 카드를 100% 적중시키는 용병술을 자랑했다.
kt는 최근 고춧가루 부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팀. LG는 그 매운 맛을 잘 안다. 지난주 이틀 연속 kt에게 끝내기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안방 잠실에서, 그것도 에이스 허프를 내고도 kt를 꺾지 못했다.
같은 날 5위 SK 와이번스는 1위 KIA 타이거즈를 잡았다. 경기 초반부터 양현종을 공략한 끝에 7-4로 이겼다.
이로써 72승67패1무를 기록한 5위 SK와 65승65패3무를 기록해 승률이 정확히 5할이 된 6위 LG의 승차는 이제 2.5경기로 벌어졌다.
SK가 시즌 종료까지 4경기를, LG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9경기를 남기고 있어 자력 역전의 여지늠 남아있다. 하지만 이날 패배, 더 나아가 최근 kt에게 당한 3번의 패배는 LG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가을야구로 가는 길은 더 험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