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취임 첫 해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다자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유엔 총회는 193개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최고 회의로서 국제평화와 안전유지, 국제협력 촉진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다자 정상외교 본(本) 무대로 불릴 만 하다.
특히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이 국제사회 안보체제를 위협하는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한반도 문제 당사자인 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도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를 만장일치로 결의했지만, 북한이 추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나서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 기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유엔총회 데뷔 무대에서 각국 정상들을 상대로 북한이 잘못된 판단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유엔 결의안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대북 원유 중단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더욱 강고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 "전술핵 배치는 동북아 평화를 깨뜨린다" 등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거듭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강경한 대북 대응과 별도로 궁극적으로는 평화접근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미국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접견으로 시작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안보리와는 별개로 '세계의 대통령'이자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특히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재직 시절인 지난 2010년 린 파스코 유엔사무국 정무담당 사무총장을 대북 특사로 평양에 보낸 전례에서 알 수 있듯, 국제적 압박 외에도 특사 파견 등 외교적 해결 카드가 뽑힐 지에도 큰 관심이 쏠린다.
통일부가 지난주 국제기구와 함께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것도 구테흐스 총장과의 접견에 앞서 유엔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유엔 차원의 역할 주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3박 5일간 순방 일정 중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인 21일 유엔총회에서 각국 정상들을 향한 기조연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까지 최소한의 외부 일정만을 소화하면서 유엔총회 기조연설문을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대북 공조를 강조하고,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기 위해 안보리 결의 2375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연설문 마지막에서는 결국 대화와 협상의 과정을 통한 '평화적 해결'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국내 보수 야당과 미 조야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배치 요구 등 군사적 대응의 위험성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6월 말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북핵 동결은 대화의 입구이고, 북핵 폐기는 대화의 출구"라고 밝힌 것처럼, 북한을 향한 강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대원칙을 다시 한 번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기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담을 열고 대북 공조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이탈리아를 비롯한 5∼6개국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북핵 문제를 포함한 여러 의제를 갖고 주변 4강 외교에서 지평을 더 넓힐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번 유엔총회에 세계 120여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만큼,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홍보활동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