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강원 강릉에서 목조 건물인 정자에 불이 나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참사 현장은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붕괴우려가 높았던 곳으로 확인됐다.
화재가 발생한 '석란정(石蘭亭)'은 지난 1956년 지은 목조 기와 정자로 높이 10m, 넓이 40㎡ 가량 규모의 건물이다.
17일 오전 4시 29분쯤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가 화재를 진압하던 중 붕괴되는 정자에 매몰돼 숨졌다. (사진=전영래 기자)
화재 현장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수년전부터 석란정 인근에 대형 호텔 공사가 시작된 이후 외벽에 금이 가고 심지어 기울어지기까지 하면서 주민들이 건물 이전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주민들은 지난해 6월에는 공사장 인근 건물 안전 진단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이후 석란정 주변에는 펜스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또한 최근에는 안전 등을 이유로 건물 이전 문제까지 논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화재 진압 출동당시 경포 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를 비롯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진화에 나섰다.
특히 이 소방위와 이 소방사는 정자 내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마지막까지 잔불을 정리하기 위해 내부로 진입했다 미쳐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오전 4시 29분쯤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가 화재를 진압하던 중 붕괴되는 정자에 매몰돼 숨졌다. 사진 왼쪽부터 고 이호현 소방사와 고 이영욱 소방위. (사진=강원도 소방본부 제공)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지만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석란정 주변에 펜스를 설치한 이후에는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데다 정자 안에는 전기 시설이 없어 내부화재 가능성도 적고, 인근에 폐쇄회로(CC)TV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실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유관기관과 함께 합동으로 화재원인을 정밀 감식할 방침이다.
강릉소방서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화재 원인에 대해 언급하기가 어렵다"며 "국과수 등과 함께 합동감식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4시 29분쯤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가 화재를 진압하던 중 붕괴되는 정자에 매몰돼 숨졌다.
소방당국은 강릉의료원에 두 소방관의 빈소를 마련했으며 강원도지사 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훈장 추서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