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사진=서울시향 제공/자료사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체제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갓 지난 가운데 과거 금감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발생했던 문제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김수일 부원장 등이 연루된 채용비리, 금감원 직원들의 각종 비리들이 대상이다. 이에 '금감원 개혁과 쇄신'을 강조한 최 원장이 책임 있는 행보를 이어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김 부원장건 처분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 김수일 '솜방망이 처벌' 논란먼저 '뜨거운 감자'는 김 부원장의 변호사 특혜 채용비리 건과 사표 수리다. 김 부원장은 최수현 전 금감원장 시절 그의 지시로 임영호 전 국회의원 아들의 특혜채용을 주도한 혐의로 이상구 전 부원장보와 함께 기소돼 지난 13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인사윤리위원회 회부 등 징계 절차 없이 선고 당일 김 부원장이 낸 사표를 곧바로 수리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금감원은 고위직인 김 부원장은 인사윤리위 회부 대상이 아닌 내부규정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지 않아 해임할 수 없다는 법적 근거를 댔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더군다나 김 부원장이 고액의 퇴직금까지 고스란히 받을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감원 안팎에서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우직하게 일만 하는 직원들을 수치스럽게 한 대표적인 사건"이라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의혹이 제기된 지 6개월 만인 지난 4월 대기후선 조치됐다.
◇ 최흥식 주창한 '쇄신' 구설에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문제는 징역형을 선고 받은 김 부원장에 솜방망이 처벌을 한 조직이나 법적 한계로만 비난의 화살이 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 원장이 11일 취임 일성으로 밝힌 "금융과 금융감독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 노력"과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 원장은 "우리의 권한은 국민이 위임해 주신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항상 청렴하라고 한 뒤, "고도의 자정능력을 토대로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문화 확립을 위해 노력하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 원장이 김 부원장의 자진 퇴사를 사실상 묵인해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법원의 징역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선고 당일 사표 수리'는 노골적인 봐주기라는 비판이다.
사실 주요 공공기관의 경우 비위 의혹으로 감찰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 고위직들의 사표 수리를 미뤄 해임 혹은 파면 절차를 밟는다. 공무원법상 견책, 감봉 등 경징계와 정직, 강등, 해임, 파면 등 중징계 절차로 나뉜다.
일례로 지난해 법조비리에 연루된 진경준 전 검사장, 김형준 전 부장검사, 후배검사에게 모멸감을 줘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김모 전 부장검사 모두 해임됐다. 모두 사법처리 대상이 된 경우였다. 진 전 검사장의 경우 사표를 제출했으나 검찰은 수리하지 않은 상태로 그를 구속기소했다.
◇ 감사원 감사 결과, 인사태풍 몰아칠 듯
(사진=자료사진)
최 원장이 봉착한 또 다른 난제는 20일 발표될 감사원의 기관운영감사 결과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채용비리, 규정에 어긋난 부당 주식거래, 음주운전 등 직원들의 비리 결과를 담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실장급의 차명 주식거래자가 17명,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직원이 1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최 원장의 향후 행보가 관심이다. 금감원 내부 규정상 음주운전 적발은 최대 면직까지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부당 주식거래에 대해서도 금감원에 대해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시장감독"을 주요 업무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결국 업계 관심은 최 원장이 행사할 '인사권'과 징계 수위다. 특히 최 원장이 김 부원장 경우처럼 무징계로 사표를 수리하는 무리수를 둘 경우 또 다른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대한 중징계를 수반한 '인사태풍'은 최 원장이 금감원 개혁을 위한 첫 걸음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