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종교인 과세에 대한 적극 찬성 입장을 나타내 주목된다.
김 부총리는 15일 서울 기독교회관을 방문해 NCCK 총무인 김영주 목사와 면담을 가졌다.
김 부총리는 "앞서 만난 불교, 천주교를 비롯해 개신교 역시 근본적으로 종교인 과세를 안 된다고 하시지는 않았다"며 "종교의 신성한 영역에 대한 공권력 개입을 우려하는데 정부는 의도도, 관심도 없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국가 정책에 적응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종교인들도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한데 오히려 정부가 그동안 직무유기를 했다"며 정부가 진작에 종교인 과세를 단행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교와 종교기관에 종사하는 목회자는 구분해야 한다. 종사자도 국민인 만큼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과거 정부는 종교에 병역면제, 세금면제 등 혜택을 주면서 종교로부터 정치적인 이념을 제공받는 유착관계였지만 이는 옳지도 않을 뿐더러 종교와 정치는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종교인 과세에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근로장려세제(EITC)를 통해 소득이 적은 목회자를 지원해서 편하게 해드리고, 세무당국도 최대한 세금을 내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러한 NCCK의 태도는 같은 개신교 단체임에도 전날 김 부총리가 각각 만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엄기호 대표회장과 한국교회연합 정서영 대표회장와는 완전히 상반된 입장이다.
당시 엄 회장은 "종교계와 소통과 준비 없이 시행 매뉴얼이 만들어졌다"며 "종교갈등과 침해는 물론이고 근간을 뿌리채 흔드는 내용이 있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정 회장도 "정부가 교회를 사찰할 수 있어 굉장히 예민한 상황"이라며 "적극적 종교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같은 날 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은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제대로 된 과세 준비와 시행을 위해 2년 유예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세무공무원이 개별교회와 종교단체를 조사하는 일이 없도록 관계 법령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국회는 이미 2015년 12월 소득세법상 기타 소득 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추가해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종교계의 반발로 시행이 미뤄져 2018년 1월 1일로 2년 동안 유예한 바 있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등 국회의원 25명은 종교인 과세를 다시 2020년 1월로 미루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교와 천주교는 앞서 김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종교인 과세 방침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미 천주교는 1994년부터 교구별로 자진해서 성직자들의 소득세를 납부해왔고, 불교 측도 지난 30일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이 김 부총리에게 "불교계는 종교인 과세 관련해 시종일관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지지 의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