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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인구 1천만' 시대…동물장묘시설도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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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국민 5분의 1일 반려동물 길러, 인식의 전환 필요" 목소리



주민 반대를 이유로 동물장묘시설 설치를 불허한 지방자치단체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있따르는 가운데, 그동안 혐오시설로 낙인찍힌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인식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통계청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과 맞물려 반려동물의 장례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동물장묘시설 설치를 놓고 지역주민과 지자체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반려동물장례식장 혐오시설이냐 아니냐 놓고 전국적으로 논쟁

전국에서는 반려동물장례식장 설립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수원지법 행정1부(이정민 부장판사)는 이모씨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청장을 상대로 낸 개발행위불허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용인시 처인구의 토지 564㎡를 매입한 뒤 동물장례식장을 조성하기 위해 용인시 처인구청에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처인구는 "해당 신청지가 다수의 주민이 정신적 수련과 신체적 건강을 위해 이용하는 테니스장 등과 맞닿아 있고, 동물장례식장이 들어서면 주민들의 여가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이에 따라 이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주민 338명이 동물장례식장 개발을 반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반대 이유를 파악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동물장례식장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설로, 반드시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개발 신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동물장례식장이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객관적 증거 또한 없고 다소 부정적 영향이 있더라도 환경오염 및 토사유출 방지 조치, 차폐시설 설치 등을 요구해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처인구청의 처분은 사실오인 등으로 인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파주에서도 오도동 동물장묘시설(화장장) 설치 문제로 업체와 주민들이 대립하고 있다.

반려동물 장묘업체 측에서 이곳에 동물장묘시설 설치를 추진했지만 파주시가 등록불가 처분을 하면서 현재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1심에서는 업체 측이 승소했지만 파주시가 항소했고, 주민들도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에서는 동물장례식장을 지으려는 업체 측과 혐오시설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하는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동물장례식장 개발을 추진하는 업체 측은 2015년 10월 가산면 다부리에 동물장례식장을 신청했다가 불허되자, 칠곡군을 상대로 건축허가신청 불허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업체 측이 승소했지만 칠곡군이 항소하면서 법적 다툼이 장기화되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는 생림면과 상동면에 동물화장장 설립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김해시는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동물화장장 설립을 불허했지만 최근 경남도의 행정심판에서 패소하면서 앞으로 어떤 처분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 "반려동물장묘시설 문제 없어"…애견인들 타인 배려 노력도 필요

법원이 최근 잇따라 업체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전문가들은 이제는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소연 동물보호단체 '케어' 대표는 "국민의 5분의 1일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정도가 됐기 때문에 동물장묘시설은 동물을 위한 시설이 아니고 인간을 위한 시설로 봐야 한다"며 "반려동물을 사회의 한 문화라고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협회 회장은 "동물장묘시설을 혐오시설이라고 하는데 기술적으로는 사람장례식장이나 동물장례식장이나 전혀 문제가 없다. 님비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시설도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려면 타인에 대한 배려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준우 서울연희실용전문학교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일부 애견인들이 비애견인들에게 민폐주는 행동 때문에 반대하는 상황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반려인들이 먼저 바뀌어야 동물장묘시설을 일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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