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동물장례식장 개발을 불허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동물장례식장 개발 관련 유사 분쟁이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원지법 행정1부(이정민 부장판사)는 이모씨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청장을 상대로 낸 개발행위불허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용인시 처인구의 한 토지 564㎡를 매입한 뒤 동물장례식장을 조성하기 위해 용인시 처인구청에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처인구는 해당 신청지가 다수의 주민이 정신적 수련과 신체적 건강을 위해 이용하는 테니스장 등과 맞닿아 있고, 동물장례식장이 들어서면 주민들의 여가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따라 이씨는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주민 338명이 동물장례식장 개발을 반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반대 이유를 파악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동물장례식장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설로, 반드시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개발 신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동물장례식장이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객관적 증거 또한 없고 다소 부정적 영향이 있더라도 환경오염 및 토사유출 방지 조치, 차폐시설 설치 등을 요구해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처인구청의 처분은 사실오인 등으로 인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전국 각지에서 진행 중인 유사 분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북 칠곡군에서는 가산면 다부리에 추진 중인 동물장례식장 개발을 두고 업체와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동물장례식장 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자 B씨는 2015년 10월 가산면 다부리에 동물 장묘시설을 신청했다가 불허되자, 칠곡군을 상대로 건축허가신청 불허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 승소했다.
이같은 판결이 나오자 칠곡군은 곧바로 항소했고, 주민과 불교계로 구성된 동물장묘시설설치반대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칠곡군청 앞에서 400여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덕양구 벽제동에 동물화장장 조성 사업이 추진됐었다가 지자체와 주민 반대가 심해 사업자가 지난 1월 사업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경남 김해에서는 생림면과 상동면에 동물화장장 3곳 설립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 지역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해시는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동물화장장 건축을 불허했지만 최근 경남도의 행정심판에서 패소하면서 지역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임영기 사무국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그동안 동물장례식장은 혐오시설이라고 인식하고 주민들이 반대했는데 공익적 요건이 갖춰졌다면 혐오시설이 아니라 편의시설로 봐야 한다"며 "전국 유사 분쟁에 이번 판결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