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을 최고 좌완이냐' 최근 8연승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롯데 브룩스 레일리(왼쪽)와 후반기 6경기 ERA 1.00의 기세를 자랑하는 LG 데이비드 허프는 만약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팀이 진출한다면 맞붙을 공산이 높다.(자료사진=롯데, LG)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최고 좌완은 라이언 피어밴드(kt)다. 비록 팀 타선의 도움을 얻지 못해 8승(10패)에 머물러 있지만 평균자책점(ERA) 3.08,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 1.13 모두 리그 1위다. 너클볼과 칼날 제구 등을 앞세워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가을야구라면 다르다. 피어밴드는 팀이 최하위라 아쉽게 포스트시즌(PS)에 나서지 못한다. 가을의 최고 좌완 칭호는 양보해야 할 처지다.
PS의 첫 단추는 4, 5위 대결인 와일드카드(WC) 결정전이다. 이 WC전에서 올 가을 최고 좌완들의 격돌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바로 브룩스 레일리(롯데)와 데이비드 허프(LG)다.
▲'최근 8연승' 레일리 vs '후반기 ERA 1.00' 허프
사실 올 시즌 성적을 보면 둘은 리그 최고 좌완으로 보기는 어렵다. 레일리는 다승 공동 7위(11승7패), ERA 10위(3.76), 탈삼진 5위(140개)다. 허프는 ERA는 2.54지만 부상으로 16경기만 등판,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6승(4패)을 기록 중이다.
성적에서 쟁쟁한 좌완들에 다소 밀린다. 다승 1위(18승) 양현종(18승5패)과 ERA 2위(3.21) 장원준(두산), 4위(3.48) 차우찬(LG) 등 토종들이 성적에서 앞선다.
그러나 최근 기세만 놓고 보면 레일리와 허프는 단연 리그 최고 좌완이라 할 만하다. 레일리는 후반기 5승 무패 행진에 ERA 2.48의 상승세다. 특히 지난 6월24일부터 14경기에서 8승 무패, 팀은 13승1패를 기록했다.
올해 레일리는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을 높이면서 속구의 위력까지 살아났다는 평가다.(자료사진=롯데)
8월29일 두산전 6이닝 4실점(노디시전)을 빼면 모두 퀄리티스타트 이상 투구를 펼쳤다. 조원우 롯데 감독이 "레일리가 등판하면 거의 다 이겼다"면서 "정말 잘 해주고 있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이유다. 전반기 이후 잡힌 제구와 체인지업이 맹위를 떨친다.
허프도 이에 못지 않다. 부상 여파로 5월 3패 ERA 5.82로 부진했지만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6월 3승 ERA 1.89로 반등한 허프는 7월 1패 ERA 4.63으로 주춤한 뒤 후반기 6경기 ERA 1.00에 3승 무패다. 승운만 따랐다면 6승도 가능한 투구 내용이었다.
부상으로 주춤했던 전반기를 보상이라도 하듯 연일 호투다. 지난해 주무기였던 체인지업에 컷 패스트볼까지 장착해 더 공략이 어려운 투수가 됐다. 허프는 "커터는 마리아노 리베라, 체인지업은 요한 산타나에게 배웠다"고 자랑이다. 메이저리그(MLB) 전설들의 비기를 전수받은 허프다.
▲"첫 PS 설렌다" 레일리…"난 가을 체질" 허프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어 있다. KBO 3년차인 레일리는 올해 처음 PS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현재 4위로 5위 SK에 4경기 차로 앞서 가을야구 안정권에 들었다. 레일리는 "처음으로 PS에 나서는데 정말 설렌다"며 등판을 손꼽아 기다린다. 최근 첫 딸 레일린을 얻은 레일리는 가장의 책임감까지 더해져 더욱 공에 힘이 붙었다.
허프는 이미 지난해 가을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지난 시즌 중 합류해 정규리그 7승2패 ERA 3.13을 찍은 허프는 KIA와 WC 결정전에서 비록 팀은 졌지만 7이닝 7탈삼진 4피안타 2자책(4실점) 호투했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7이닝 1실점(승)과 NC와 플레이오프(PO) 2차전 7이닝 2실점(패)까지 선발로만 나가면 쾌투를 펼쳤다. 허프는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가을야구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커터까지 장착' 허프는 지난해 위력을 떨친 체인지업에 이어 올해 컷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쓰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진은 13일 롯데와 홈 경기 모습.(잠실=LG)
만약 두 팀이 WC 결정전에 나선다면 두 좌완이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준PO 진출을 위한 외나무 승부인 까닭에 에이스가 나서야 할 경기다. 두 팀의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WC 결정전 등판도 문제가 없다.
둘은 올 시즌 한 차례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지난 5월19일 잠실 경기다. 둘은 나란히 6이닝 4탈삼진에 홈런과 볼넷 1개씩을 내준 가운데 7피안타 4실점(2자책)한 레일리가 승리를, 8피안타 5실점한 허프가 패배를 안았다. 하지만 당시는 허프의 컨디션이 완전치 않은 때였고, 레일리도 썩 좋지는 않았다.
공기가 소슬해지면서 컨디션이 최고조에 이른 이 가을이말로 진정한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비록 맞대결은 아니었으나 레일리는 12일 LG전에서 7⅔이닝 9탈삼진 4피안타 2사사구 1실점으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고, 13일에는 허프가 롯데를 상대로 7이닝 8탈삼진 5피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3-1 승리를 이끌며 멍군을 불렀다.
물론 변수는 있다. 롯데가 남은 정규리그에서 2경기 차 3위인 NC를 끌어내리고 준PO에 직행하면 둘의 WC 대결은 무산된다. 또 5위 SK에 0.5경기 차 6위인 LG가 PS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팀이 WC 결정전에서 격돌한다면 역사에 남을 명품 좌완 대결이 펼쳐질 수 있다. 과연 레일리와 허프, 두 좌완이 써내려갈 '가을의 전설' 대진표가 성사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