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전체회의에서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유승민 의원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혜훈 전 대표의 퇴진으로 공백이 된 당권의 행방을 놓고 유승민, 김무성 의원 간 세(勢)대결이 이르면 13일 결판난다. 인물에 대한 선호에선 유 의원이 앞서나, 김 의원이 내건 보수통합론에 대한 당내 요구가 거세 막상막하의 판세다. 결과에 따라 제2의 탈당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바른정당은 이날 오전 9시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와 오후 8시 의원총회를 통해 당권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넘길지, 주호영 원내대표의 대행 체제로 갈지 여부를 논의한다. 비대위원장 후보는 유 의원이다. 반면 김 의원은 유 의원에 반대하며 대행 체제를 선호한다. 두 의원 측 간 의견대립이 명확해 난상토론이 불가피하다.
바른정당의 당헌에는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 당 대표를 선출한다"고 돼 있다. 동시에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선출 시기를 달리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 의결사항에 대해 "정기국회 개원 중인 현 상황에서 한 달 안에 전대를 개최하는 건 어려운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는데 공감하고, 추후 전대 날짜‧절차에 대해선 당원들과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최고위 의결로 '30일 이내 당 대표 선출'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냈다는 얘기다.
따라서 남은 쟁점은 비대위로 전환할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경우 새 당 대표 경선을 언제 할 것이냐의 문제로 수렴된다. 이 대목에서 유 의원 측과 김 의원 측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유 의원 측은 이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생긴 당권 공백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노린 한국당의 흡수 시도를 막아내기 위해 유 의원 중심의 비대위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주장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과정에서 불거진 보수진영 전체의 존폐 위기가 아직 극복되지 못했기 때문에 독자적인 '보수개혁'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이른바 자강론이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반면 김 의원 측은 보수가 분열된 상태에선 지방선거 패배가 자명하기 때문에 '반(反) 문재인' 명분에 기댄 보수통합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보수통합론이다.
이들은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한국당과의 거리감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보수 색채가 강한 주 원내대표 대행 체제 아래서 김 의원 주도로 한국당과 '보수통합 협의체'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차로 개최되는 원외위원장과의 연석회의에선 유 의원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과 통합할 경우 지역구를 빼앗기는 원외 입장에선 자강론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내만 참여하는 의총에선 결과를 예상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구도가 예상된다. 비대위를 가동할 경우 유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비대위원장의 특성상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가 필요하다는 점이 난점이다.
5~6명 정도로 추산되는 김 의원 측이 '유승민 비대위' 절대 불가 쪽으로 스크럼을 짜고 버틸 경우 합의무산의 방식으로 주 원내대표 대행체제가 관철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유 의원 측은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경선을 할 경우 당내 선호도와 여론조사에 유리한 유 의원이 결국 승리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비대위원장 합의 추대, 전대를 통한 당 대표 경선 등 두 가지 방식 모두를 수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끝내 유 의원을 비토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김 의원은 이미 제기한 '사당화(私黨化)'를 명분으로 탈당, 한국당으로 복당한 13인 의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