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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김이수에게 주홍글씨를 씌운 한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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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안철수 대표처럼 "20대 국회는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가진 정당"이라고 해도 괜찮다. 자유한국당 처럼 "문재인 정부가 무조건 싫어 김이수 후보를 부결시켰다"고 해도 좋다.

정파이익에 따른 다양한 견해 평가는 '정치의 영역'으로 놓아 두자. 해결되지 않을테니까.

그러나 다양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헌재에서 '사법적 판단'을 정략적으로 몰고가는 태도는 도저히 묵인하기 어렵다. 특히 반대의견(소수의견)을 내용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모 아니면 도'식으로 몰고가 '용공'으로 치장하거나 '동성애 옹호' 논란으로 환치시키는 건 '사법테러'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들은 과연 김 후보자의 통진당 해산 반대의견이나 군대에서 유사강간을 처벌하는 '구군형법 제 92조의 5에 대한 위헌 소원 사건'을 읽어보기나 하고 낙마 사유라고 주장한 건지 묻고 싶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문에 나와 있는 김이수 후보자의 해산 '반대 이유'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청구인(통진당)에 대한 해산결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데 반하여 그로 인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야기되는 해악은 매우 심각하므로, 정당해산결정은 그러한 이익이라도 긴절하게 요구되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 한하여 최후적이고 보충적으로 선고되어야 하는데, 피청구인 소속 당원들 중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형사처벌 등을 통해 그러한 세력을 피청구인의 정책결정과정으로부터 배제할 수 있는 점,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정치적 공론의 장에 맡기는 것이 적절한데 지방선거 등 우리 사회의 정치적 공론 영역에서 이미 피청구인에 대한 실효적인 비판과 논박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중략)…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은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누가 형사 처벌을 반대했는가? 김 후보자는 "이석기 같은 소속 당원 중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는 세력이 있다면 형사처벌을 통해 그러한 세력을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형사처벌을 하라는 것이다. 다만 정당 해산과 형사처벌이 동일시 돼선 안된다고 반대의견을 밝혔을 뿐이다.

또 '우리 사회가 통진당이 존재한다고 무너지는가, 정당해산은 국민의 선택을 통해 하자'며 '그런 자신감도 없는가'를 김 후보자는 소수의견을 통해 묻고 있다.

통진당은 다수 헌재 재판들의 의견을 존중해 결국 해산됐다. 그렇다고 소수 의견을 낸 것이 잘못이고 그런 의견을 낸 것이 체제를 부정한 행위라고 몰아가는건 용납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표결이 부결되자 포옹을 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런데 김 후보의 반대의견을 두고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반헌법적 사고를 지닌 사람"이라며 마치 김 후보자를 '반국가 사범'으로 호도했다.

군 형법 위헌 사건도 '견강부회'(牽強附會)가 아닐 수 없다.

김 후보자는 동성애 처벌 규정을 담은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내지 않았다. 다만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 재판관과 함께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반대의견의 핵심은 군대 동성애를 처벌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처벌할 때는 엄격한 조항을 잘 만들어 집행하라고 의견을 냈다. 구 군형법 해당조항의 '그 밖의 추행'은 그간 법조계에서 모호하기 짝이 없다는 비판을 수없이 받아왔다.

'그 밖의 추행’을 명확하게 규정해서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재판을 마음대로 하지말도록 하자는 것이 반대의견을 낸 4인 재판관의 뜻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일부 기독교 단체의 오해를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김 후보가 '군내 동성애 옹호론자'인 것처럼 몰고 가 결국 그를 낙마시키기에 이르렀다.

김이수 사태는 정치적 행위로 일어난 사건이다. 정치적으로 찬반의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가령 현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하면 할 수 있다. 그것이 맞든 틀리든 정치적 현실이라면 그렇다.

하지만 김이수 부결을 이끈 양당의 사법적 논리가 너무나 천박하고 위험하다. 사법적으로 비난하는 두개의 대표 판결을 다시 한 번 제대로 읽어보길 권고한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단편적으로 통진당 해산 반대는 '빨갱이', 군 형법 개선 의견에 대해선 '군대 동성애를 찬성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간 건 정말 너무 나간 것이다.

어떤 인물이 '그릇이 되냐, 안되냐'에 대해서도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련의 논의 과정이 안타깝다. 언제적 주홍글씨란 말인가. 김이수 후보가 헌재 소장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꾸 어느 방향으로 '빨간 딱지'를 몰아 붙이는 건 안타깝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소수 의견'을 쓴 재판관들은 늘 매도 당할 위험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사법부 코드 인사'라고 몰아붙인 그 결과는 사법부의 획일화이고 사법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삼류가 일류를 깔본다"고 비꼬았다. 제발 정치적 견해 만큼 사법적 견해도 역지사지 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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