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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11일 국회 복귀…안보위기 역풍 속 '일단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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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결집用 전술핵 배치·공영방송 '장악 반대' 집회는 계속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가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광장에서 자유한국당 주최로 열린 '5천만 핵인질·공영방송장악저지'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은 9일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지 일주일 만에 국회복귀 방침을 정했다. 오는 11일 의원총회를 거쳐 국회일정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장악·핵 인질' 등에 대한 여권의 사과가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의 백기투항이다.

이 같은 후퇴의 배경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안보 위기 속에서 국회를 내팽개쳤다는 따가운 시선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지난 2일 보이콧을 선언했을 당시 명분은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반발이었다.

장외투쟁을 이어가기엔 지엽적인 사안이었을 수 있으나, 보이콧 선언 이튿날인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사후적으로 동력이 일부 생겨났다.

두 사안이 겹치면서 내부적으론 '지지층 결집'이란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판단한 측면도 작용했다. 실제 이날 진행된 가두집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지난 대선 과정에서 등장했던 이른바 태극기 집회 분위기가 일부 되살아나는 분위기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광장에서 자유한국당 주최로 열린 '5천만 핵인질·공영방송장악저지'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홍준표 직접 '후퇴' 지시, 여론 반발 의식한 듯

한국당은 이날 가두집회 직후 비상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원내·외 병행 투쟁'이라는 방침을 정했다. 주초 의총에서 추인되면 곧바로 정기국회 일정에 참여한다.

강효상 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외 장외 투쟁뿐 아니라 원내에서 싸우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월요일 오전 의총를 통해 정기국회 참여 문제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은 홍준표 대표가 직접 결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변인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가 '원내에서도 가열차게 싸우자'는 뜻을 전했고, 최고위원들도 동의했다"며 보이콧을 접은 '일단 후퇴'가 홍 대표의 결정임을 분명히 했다.

정확한 복귀 시점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11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당초 한국당의 보이콧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3당 만이 대정부질문을 진행할 방침이었다.

여당인 민주당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안보 위기 속에서 민생을 외면한 국회 보이콧이 얼마나 싸늘한 여론에 직면했는지 잘 알 것"이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 발목 잡는 정치 공세를 중단하고 국민이 바라는 희망적이고 생산적인 국회를 만드는 데 협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래 기다려줄 수 없다'며 한국당을 압박했던 국민의당도 "정기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간 한국당의 보이콧은 같은 야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의 동조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해왔다.

한국당의 보이콧은 대여 협상의 과점에선 딱히 얻은 것이 없다. 민주당은 보이콧 시작부터 무시 전략을 폈고, '한국당 패싱'이란 조롱도 따라붙었다.

때문에 정우택 원내대표가 국회 복귀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사안들도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는 ▲언론장악의 의지가 없음을 천명할 것 ▲청와대가 협치의 초심으로 돌아갈 것 등을 요구하며, 문재인 대통령 혹은 그 이하 책임 있는 인사가 보증할 것을 요구했었다.

초반부터 여론의 반발도 거셌다. '안보정당'을 표방하는 한국당이 중차대한 안보위기 상황에서 국회를 박차고 나왔다는 점에서 여론의 비판이 들끓었다. 같은 보수 정당인 바른정당도 '공영방송 장악'이란 반발 명분에 쉽사리 동조해주지 않았다.

◇ '투 트랙' 투쟁 선언…'방송장악' 국정조사(국회)+핵개발 서명운동(장외)

그러나 이처럼 빈손 복귀의 모양새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지도부, 특히 홍 대표가 국회 복귀의 뜻을 정한 것은 한국당 나름대로는 지지층 결집이라는 애초 목표한 바를 이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국회 복귀 선언에 앞서 이날 오후 서울 강남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진행하는 등 막판 총력 여론전을 펼쳤다.

한국당은 가두집회에 대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자평했다. 당 지도부는 집회 수일 전부터 전국 각 지역의 당원들을 끌어올리라는 동원령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부터 무역센터 빌딩까지 300m에 이르는 거리가 인파로 가득찼다.

지도부는 이 같은 열기에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모인 인원이 1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거리에 모인 사람들은 문 대통령을 성토했고, 박 전 대통령의 출당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홍 대표는 이 같은 분위기를 토대로 국회에서 '방송장악' 문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장외에선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기 개발을 위한 1000만 서명운동도 벌이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 같은 형식의 국민보고대회를 오는 15일 대구에서 2차로 개최한 뒤 3차 장외투쟁까지 개최할 방침이다. 당 대표 취임 이후 이렇다 할 지지층 결집의 기회가 없었던 홍 대표로서는 이번 기회를 적기로 보고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데 집중한 셈이다.

내부 결속을 다진 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하게 됨에 따라 잠시 중단됐던 정기국회에선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등의 사안에서 여야가 치열한 공방전이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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