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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이혜훈 사퇴 후폭풍…자강론 VS 통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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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등판' 통합파 동의할까, '주호영 대행' 길어질 수도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전체회의에서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7일 사퇴하면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대표 대행체제'가 시작됐다.

당장 ‘포스트 이혜훈 체제’를 놓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다양한 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자강론과 보수통합론 등으로 갈라진 당내 기류와 맞물려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 비대위 필요성 강하지만…제약 많아 불투명

바른정당 당헌 제 23조에는 당 대표 궐위 상황이 발생하면 30일 이내에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새 대표 선출까지는 ‘원내대표 대행’ 체제가 이어진다.

바른정당 지도부는 오는 10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체제 전환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정기국회 회기 중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신속히 강한 당권을 넘길 수 있는 비대위 전환 요구가 거세다.

하지만 생각만큼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당 고위 관계자는 “비대위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제2의 창당 과정만큼 어려울 수 있다”며 “당이 하나로 뭉치기 위해서는 합의 추대로 비대위원장을 세워야 하는데, 복잡한 당내 상황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복잡한 상황’이란 당의 진로를 두고 자강론과 통합론이 엇갈려 있고, 통합론은 다시 방향성 측면에서 한국당과 국민의당으로 나뉘어 있음을 뜻한다. 이런 가운데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들이 대표적 자강론자인 유승민 의원과 보수통합파로 비춰지는 김무성 의원이어서, 쉽게 당내 의견이 모이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다.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전체회의에서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상반된 표정…劉 “총의 모아 결정할 일” VS 金 “뒤에서 돕겠다”

두 의원은 이 대표가 자진 사퇴를 발표한 직후 비대위원장 추대에 대한 각자의 반응을 내놨다. 우선 김무성 의원은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고, 뒤에서 당을 돕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의 총의를 모아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자강론과 보수통합론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저는 자강이라는 단어를 써본 적이 없다”면서 “자기 당이 성공하고 잘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지방선거만을 위한 한국당과의 통합은 정략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보수 개혁이란 일관된 명분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당내 통합론자들 사이에서도 ‘유승민 등판론’이 나오고는 있지만, 유 의원이 보수 통합이든 중도-보수 통합이든 바른정당의 정체성을 견지하겠다는 의지가 강경한 만큼 실제 비대위원장 추대로 이어지기까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대행 체제’ 연말까지 이어질 수도…한국당, 국민의당 ‘러브콜’

이처럼 셈법이 복잡하게 꼬여 있어 의견 일치가 되지 않을 경우 주 원내대표 중심의 대행 체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헌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대표) 선출시기를 달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는 12월 2일 혹은 정기국회 회기 종료 뒤인 연말쯤 전대를 치르는 대안이 거론된다. 한 지도부 인사는 “비대위 전환이 이상적이지만, 이견 분출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행체제 유지도 현실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전체회의에서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유승민 의원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렇게 될 경우 당은 당분간 진로를 둘러싼 당내 분열 기류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실제로 자강론자인 이 대표가 물러선 당일 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도 즉각 바른정당을 향해 ‘통합 요구’로 해석되는 흔들기에 나섰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이 동력을 잃는다고 하면 한국당과의 통합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밝혔고,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자강론자인 이 대표가 물러났으니 아무래도 (통합) 논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국민의당은 주 원내대표의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우호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초당적 정책연대모임 ‘열린 토론, 미래’ 세미나도 통합 움직임의 한 갈래다. 이들은 북핵 위기라는 이슈를 중심으로 이날도 뭉쳤다. 이 같은 움직임이 보수 통합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행사에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 이상돈·최명길 의원 등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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