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한학자 총재, 이하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사망 5주기를 맞아 이단 통일교의 실체를 살펴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통일교가 일본 내에서 거둬들인 천문학적인 헌금이 인편 배달 형식으로 국내에 유입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직접 현금을 한국으로 들여보냈다는 증언들을 일본 현지에서 확보할 수 있었다. 일본 사회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통일교의 불법 헌금 모금이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됐지만, 외화 밀반출에 대한 수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편집자 주]
사진은 지난 2015년 통일교 일본 집회 장면. (사진 =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달 30일, CBS취재진은 도쿄 시내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있는 일본 피해자들을 만났다.
20여 년 전 손금을 봐준다는 제안에 속아 통일교에 입교했던 A씨. A씨는 남편 몰래 수천만 엔, 우리 돈으로 수억 원을 통일교에 바쳤다.
조상의 원한을 갚지 않으면 자녀와 가족들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에 속아 수 차례에 걸쳐 통일교에 헌금했다.
헌금 할 여력이 없자 통일교 측에서는 카드 대출까지 종용했다.
A씨는 “통일교에서 카드 대출을 받아서 헌금하라고 했고 대출을 받은 카드가 수없이 많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 몰래 너무 많은 대출을 받아서 파산 직전"이라며, "주위의 친한 동료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고, 카드 청구서가 오면 남편 퇴근 전에 수거해 숨긴다"고 말했다.
A씨는 한국에서 통일교 관련 행사가 열릴 때마다 통일교 리더의 지시로 100만 엔 가량을 한국의 청평수련원에 배달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외화를 인편으로 밀반출시켰다는 이야기이다.
A씨는 “저는 두 번정도 다녀왔고, 다른 사람은 굉장히 자주간다"며 "갈 때마다 백만엔 정도의 돈을 현찰로 가져갔고, 청평수련원 일본인 사무소에 배달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피해자는 국내로 들어간 헌금이 경영난을 겪는 통일교 계열사로 들어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피해자 B씨는 "부인과 함께 통일교 신도로 지내면서 1억엔 이상 헌금 했다"며, "통일교 측에서는 세계일보나 워싱턴타임즈 등 경영난을 겪는 통일교 계열사에 쓰이거나 세계 곳곳에 구호 헌금으로 사용된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지난 달 30일 일본 도쿄 모 장소에서 모임을 갖고 있는 일본 통일교 피해자들.
지난 30년동안 일본 통일교 헌금 피해 규모를 조사해온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이하 일본변연)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16년까지 공식적으로 신고 접수된 피해 규모는 3만 4천 여 건,1182억 엔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1조 2천 3백 5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다.
일본변연은 일본에서 거둬들인 헌금 대부분이 인편 배달이나 통일교 계열사를 통한 물품 구입 등의 방식으로 한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변연 사무총장 와타나베 변호사는 "통일교 신도들은 조상 해원 헌금이나 축복결혼식 헌금, 문선명 비행기 헌금, 헬리콥터 헌금, 섭리 헌금 등 수많은 명목의 헌금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금의 대부분은 한국으로 유입됐고, 일부는 인편으로 홍콩을 경우하는 방식등으로 한국에 유입됐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변호사는 "통일교 자금을 직접 한국에 배달했던 한 신도는 자기 몸 보다 큰 양복을 사서 그 안에 겹겹히 돈을 넣어서 운반했다고 증언했다"며, "명백한 외화 밀반출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통일교에서 거둬들인 천문학적인 돈이 한국으로 유입된다는 복수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와타나베 변호사는 그 이유에 대해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통일교측이 자민당 유력 의원들을 붙잡고 있기때문에 일본 정부가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이번 문선명 총재 사망 5주기에 맞춰 입국하는 일본인 신도들에게도 거액을 인편으로 배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사회에서는 지난 1980년대 중후반부터 통일교의 불법 헌금 모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외화밀반출에 대한 정황도 드러났지만 공식수사는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