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반에 소리를 기록해 재생하는 '음반'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두터운 팬층을 지닌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서 소장 가치를 높인 패키지 음반을 출시하는 고급화 바람이 부는 덕이죠. CBS노컷뉴스가 부활 흐름을 탄 음반 시장을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 주]
그룹 엑소(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음반 시장은 말 그대로 호황기였다. 인기 가수들이 내는 음반은 어렵지 않게 100만 장이 팔렸고, 당대 최고 인기를 누리던 김건모의 3집 음반은 200만 장을 훌쩍 넘기는 판매고로 새 역사를 썼다.
세상은 예측보다 빠르게 변했다. 여러 분야에서 신속하게 디지털화가 이뤄졌고, 가요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콤팩트 디스크(CD)를 위시한 음반에 담겨 퍼지던 노래는 '음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운로드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유통됐다. 중간 다리 역할을 하던 음반이 생략된 셈이다. 그렇게 음반시장은 빠르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이 와중에 나라 밖에서는 '한류'가 기세를 떨치면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부흥을 가져왔다. 음반업계 한 관계자는 "하향세를 타던 인쇄업 등의 업종이 한류로 성장해 온 엔터테인먼트사들의 화보·음반 작업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활로를 연 측면이 강하다"고 전했다.
현재 아이돌 그룹의 음반은 패키지화 됐다. 화보집 등을 포함시켜 제작·판매 단가를 높이는 고급화 전략으로 팬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예전 음반이 가사 적힌 종이 몇 쪽 들어가는 저가 상품이었다면, 지금은 듣는 것은 물론 보여주는 쪽도 강화하는 추세다. 소장 가치가 높은 화보집을 패키지로 묶은 앨범이 그 단적인 예다.
국내 대형 엔터사들의 음반 재킷을 주로 만들어 온 투데이아트 조성태 대표는 "엔터사들의 다양한 화보집을 보면 일단 분량이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12쪽, 많아야 24쪽 정도였는데, 지금은 기본이 80~100쪽"이라며 "화보집 볼륨감을 높이고, 포스터도 단체 컷뿐 아니라 멤버별 개인 컷을 포함시켜 전략화를 꾀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렇게 만들어진 앨범의 가격은 1만 5000원에서 2만원 정도다. 2000년대 초반 CD 음반 값이 8000원에서 1만원 사이였던 것의 두 배인 셈이다. 여기에 각 엔터사들이 소속 유명 가수들의 앨범 출시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조율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음반 제작 흐름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투데이아트 조성태 대표는 "(호황기에 비해) 전체 음반 수량이 줄어든 반면, 개당 제작·판매 단가는 높아졌다"며 "과거 100만 장 팔리던 것과 비교했을 때 지금 40만~50만 장이 나가면 전체적인 제작비는 비슷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활약상 두드러진 '엑소'…눈길 끄는 '트와이스'"
그룹 트와이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음반 20만~30만 장이 팔리면 소위 '대박' 소리를 듣는 요즘, 100만 장 판매고를 찍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활약상은 그래서 더욱 두드러진다.
조성태 대표는 "엑소는 최근 몇 년간 (내놓는 앨범마다) 중국, 동남아 등 해외 판을 포함해 100만 장을 제작해 왔는데, 이러한 수량을 따라오는 그룹은 없다"며 "엑소의 경우 초반에 60만~80만 장을 찍고, 그들이 활동하는 기간에 다시 주문을 받아 100만 장을 채워 왔다"고 전했다.
그는 "엑소가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의 가수들은 웬만하면 음반 수량이 10만~20만 장은 된다"며 "특히 눈에 띄는 경우는 JYP의 트와이스인데, 여성 그룹으로는 이례적으로 30만 장이 나간다"고 덧붙였다.
종종 출시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LP 음반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그룹 빅뱅은 대표곡들이 수록된 LP를 1만 장가량 내놨다. 서태지도 최근 데뷔 25주년을 맞아 베스트 앨범을 LP로 2500장 제작했다. 이러한 LP 음반은 소장용 한정판으로 100% 선주문을 받아 만들어진다.
음반 형태는 CD가 주를 이루는데, 현재 CD에 음원을 입히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업체는 국내에 10곳이 채 안 된다. 과거 힘든 시기를 버티고 살아남은 곳들이다. 각 업체는 음원을 입히는 작업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이에 따라 엔터사마다 선호하는 업체가 다르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CD를 보면 여러 개의 실선이 나 있잖나. 이것을 어떻게 찍어내느냐에 따라 음질에서 차이가 난다"며 "어떠한 기계는 느리지만 미세한 음질까지 모든 소리를 담아내는 경향이 있고, 또 다른 기계는 빠르게 작업해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한동안 음원 다운로드, 여러 가수들의 타이틀곡만 모아 음반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예전에 버금갈 만큼 (음반 시장 상황이) 회복됐다"며 "업계 입장에서는 너무 디지털화 쪽으로만 흐르지 말고 지금의 음반 고급화 전략이 유지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