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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출정식 달군 말말말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진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김장겸 사장 퇴진과 방송의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이 들썩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의 총파업을 맞아, 서울 본사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지역 지부(강원영동·경남·광주·대구·대전·목포·부산·안동·여수·울산·원주·전주·청주·춘천·충주·제주·포항) 노조원 1500여 명이 모여 강력한 결기를 다졌다.

4일 오후 2시, 상암 MBC 사옥 앞에서 MBC본부 18개 지부가 함께하는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권력 견제와 감시라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 김장겸 사장의 퇴진과, 무너진 MBC를 재건하자는 목표를 지닌 총파업은 이날 0시부터 시작됐다.

더 이상 신입 공채를 뽑지 않아 4년째 '막내'로 남아있는 기자에서부터 벌써 5년째 복직을 기다리는 해직자까지, 청산해야 할 과거와 앞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MBC의 모습을 자유롭게 내놨다. 2시간 여 진행된 MBC본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나온 '말'을 모아 보았다.

"이 자리에 계셔야 할 한 분이 보이지 않는다. 이용마 기자다. 1996년 6월 SBS 면접을 바로 옆자리에서 같이 봤다. 운명이 갈려서 SBS, MBC에 갔지만 상황이 바뀌었어도 똑같은 자리에서 싸우다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용마가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먹고 살기 위해서 좀 잘 나가 보려고 부역 노릇을 했어도, 한솥밥 먹던 동료가 암에 걸려서 투병하면 단 한 놈은 미안하다고 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 어느 누구도 사과하고 있지 않다. 이용마의 두 쌍둥이 아들에게 '아빠를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한 사람도 말하지 않는다. 저는 이 싸움이 그저 언론을 바로잡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_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

"야구로 치면 저희가 이기고 있고 9회말 2아웃 상황이다.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이길 때까지 싸우자! 투쟁!"
_ MBC본부 대전지부 이한신 지부장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진행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김장겸 사장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YTN 해직자들이 양복 입고 출근하는 거 보면서 너무 부러워서 집에 가서 양복을 입어봤다. 제 핏이 무너졌다. 5년 동안 홧술을 너무 많이 먹고, 요즘 술 먹으면서 진행하는 시사 토크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서인지 몸이 많이 무거워졌다. 후배들에게 물어봤다. '나 가을 양복 맞춰도 되냐?' 맞추란다. 겨울 양복 말고 가을 양복 맞추겠다고 그래서 와이프에게 얘기했다. 헬스클럽을 등록시켜 주었다. 빨리 살 빼서 예전의 핏 되찾고 여러분과 함께 출근하겠다."
_ 박성제 MBC 해직기자

"지고도 이기는 싸움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한 번도 무릎 꿇고 고개 숙인 적 없다. 지금, 2012년보다도 더 많은 동력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MBC본부) 9기 출범할 때 이성주-김한광 '이김' 조합이라고 했다. 한 번도 우리가 졌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아직 이기지 못한 것을 이제 이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유예했던 이기지 못했던 승리만 가져오는 일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_ 전주MBC '뉴스데스크' 김한광 전 앵커

"저희 조합원 두 명의 자녀가 같은 반인 학교가 있다. 애들이 MBC 욕하는 소리 듣고 아무말도 못하고 눈만 꿈뻑꿈뻑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저는 이 싸움 반드시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싸움은) 김장겸-고영주 물러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수평적·유기적 네트워크 회복하는 것이 우리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전 조합원 똘똘 뭉쳐 김장겸을 몰아내자!"
_ MBC본부 제주지부 권혁태 조합원

"14층에 계신 분들(임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낭만적 파업이란 얘기하시는데 어디서 그런 말을 듣고 오셨는지 모르겠다. 회사를 이 꼴로 만들어 놓은 게 누굽니까. 신뢰도와 영향력 1%대로 최악으로 추락시킨 사람들이 누군가. 자신들의 무능과 부패 보지 못하고 계속 경영한다고 하는 게 낭만적 경영 아닌가? 최근 글 보니까 공멸의 파업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이해가 안 간다. 회사 이름을 참칭하면서 전파 사유화하고 자신의 사익 추구해 온 사람들, 기생충들한테 어울리는 말은 공멸 아니라 박멸 아닙니까. (중략) 제게는 이번 파업이 첫 파업이다. 그래서 오늘은 첫 파업의 첫 번째 날이다. 저는 패배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타협하고 굴종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앞으로도 배울 생각 없다. 선배들을 따라서 짧고 굵고 화끈하게 싸우겠다."
_ '보도참사에 대한 막내기자 반성문'을 올린 곽동건 MBC 기자

"제가 1년 전 오늘 이 장면을 예지몽으로 꿨으면 어땠을까. 전국 2천 조합원들이 모여 파업 출정식하는 장면을 봤다면 '뭔 별 개꿈을 다 꾸나!' 하고 일어났을 거다.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장면이다. 1년 전 꿈에서도 그려보지 못한 장면을 저는 지금 보고 있다. 여러분은 이미 승리하셨다. 그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상황을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었다. 파업 출정식에 온 것만으로도 승리자이시다. 남은 시간 즐기시기 바란다. 2천 조합원과 함께 꼭 외치고 싶었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김장겸은 물러나라! 김장겸은 물러나라!"
_ '김장겸은 물러나라!' 외침을 시작한 김민식 MBC PD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었다. 문화방송이 폭삭 망했다고 얘기했는데 그나마 지역MBC가 버텨줬기 때문에 완전히 망하지 않았다고 늘 생각을 했다. 여러분 덕분에 MBC가 완전히 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중략) 우리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건간에 MBC는 하나다. 비록 저는 파해야 할 업은 없지만, 파할 수 있는 업조차 다시 되찾기 위해 이 싸움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저만의 문제겠나. 여러분도 진정한 업을 잃었고 제대로 해야 할 업을 잃었다. 그걸 되찾아야 한다. 여러분 모두 우리의 진정한 일을 되찾읍시다!"
_ 박성호 MBC 해직기자

"하나. 우리는 방송의 주인이 국민임을 명심하고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공익에 기여한다. 하나. 우리는 인권을 존중하고 사회 정의와 민주 질서를 옹호하며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공정한 방송에 힘쓴다. 하나. 우리는 남북이 대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민족화합과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나. 우리는 편성·보도·제작의 독립과 자율 그리고 책임을 기반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나. 우리는 신속 정확한 보도와 품격 있는 프로그램으로 사회와 문화에 기여하는 전문인임을 깨달아 행동으로 실천할 것을 선언한다. 이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방송강령, 우리가 현실적인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_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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