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롯데면세점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수익 감소로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같이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는 여건에서는 임대료가 비싼 인천공항의 면세점을 유지할수 없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임대료 조정이 없는 한 인천공항의 면세점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임대료 협상이 안되면 플랜B에 따른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사업권을 반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298억원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2015년부터 5년간 내야한 임대료는 4조원이 넘는다. '사드 보복'이라는 중국의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는 한 롯데면세점은 갈수록 더 힘들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롯데면세점은 1년 차와 2년 차에는 각각 5060억원과 5150억원을 임대료로 부담하지만 3년차(2017년 9월∼2020년 8월)에는 그 금액이 7740억원으로 뛴다.
그리고 4년 차와 5년 차에는 1조원이 넘는 임대료를 내도록 인천공항공사와 계약했다.
롯데면세점은 다른 면세점에 비해 절대금액이 높은 것은 둘째 치고 상승폭이 가파르다는 점에서 자금 압박의 요인이 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같은 기간 임대료가 2680억원에서 3300억원으로 늘어나고, 신세계면세점은 800억원에서 920억원으로 증가할 뿐이다. 이는 롯데면세점의 임대료가 두배 이상으로 급증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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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이 입찰을 하면서 이런 임대료 지급 계획을 세운 것은 중국 관광객 증가로 매출.수익도 덩달아 크게 늘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면세점의 수익은 실제로 해마다 20~30%가 늘었고, 임대료도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면세점의 임대료 폭탄은 중국 사드 보복이라는 돌발변수 문제와 함께 무리한 '베팅'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롯데에서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두배나 높은 금액을 써내면서 요지에서 낙찰 받았다"면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당시 롯데에서는 무조건 사업권을 따내야 한다는 경영적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롯데와 달리 신세계와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철수'는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시장이 꺾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인천공항공사에서 임대료 인하를 검토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철수를 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도 "철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인하는 불가하다는 입장은 변화가 없다.
면세점 업체 대표들은 지난달 30일에도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직접 만나 한시적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긍정적인 대답은 듣지 못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면세점이 어렵다고는 하는데 인천공항의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보다 4% 증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기업에서 임대료를 낮춰줄 경우 향후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천공항에서 임대료를 내려주면 항만공사 등 다른 면세점 임대료에까지 영향을 줘 크게 보면 국가 재정 문제와도 연결된다"면서 "이런 이유로 섣불리 임대료 인하를 논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