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체코를 상대로 2-1 극적인 승리를 거둔 지난 1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의 에덴 아레나.
원정팀 관중석에서는 자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독일에서 직접 찾아온 팬들도 있었으나 경기를 마친 독일 축구 대표팀은 원정 관중석을 향해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를 생략했다.
이날 독일 선수들이 자국 관중을 철저히 '외면'한 것은 이들이 경기 중 외친 나치 구호 때문이다.
AFP, DPA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독일 팬들은 경기 중 '승리 만세'(Sieg Heil)와 같은 나치 시대 구호나 '외국인은 가라' 등 극우성향의 구호를 외쳐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들을 경악하게 했다.
특히 경기가 열린 1일은 1939년 나치가 폴란드를 침공한 날이었다는 점에서 독일인들로는 더욱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AFP는 전했다.
이들 관중은 숨진 체코 관리들을 기리기 위해 가졌던 경기 전 묵념 시간에 휘파람을 불기도 했으며 이날 한 골을 기록한 자국팀 티모 베르너(RB라이프치히)를 향한 욕설도 쏟아냈다.
베르너는 이러한 욕설이 라이프치히의 라이벌이자 독일 우익의 중심지 드레스덴을 연고로 하는 디나모 드레스덴 팬들 사이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드레스덴은 경기가 열린 프라하에서 150㎞ 떨어져 있다.
독일 선수들은 자국 관중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거세게 비난했다.
막판 결승골의 주인공인 마츠 훔멜스는 "이들은 팬이 아니라 축구팬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훌리건들"이라며 이들을 경기장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하임 뢰브 감독도 노르웨이과의 홈경기를 앞둔 3일 기자회견 서두에 "프라하에서 있었던 일부터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문을 연 후 "팬이라는 이들이 한심한 시위를 위해 축구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매우 분노했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뢰브 감독은 "그들은 독일의 수치"라며 경기 후 독일 선수들이 자국 관중석에 인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