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 스터드로 된 축구화를 든 고요한. (박종민 기자)
고요한(서울)은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오면서 축구화만 5켤레를 챙겼다. 평소 소속팀에서 원정을 떠날 때 2켤레는 가져가지만, 이번에는 고무 스터드 3켤레, 쇠 스터드 2켤레를 가방에 넣었다.
5년 전 악몽 때문이다.
2012년 9월. 고요한은 최강희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떠났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었다.
당시 고요한은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2-2 무승부를 기록했고, 고요한은 이후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2014년 2월 이후 다시 대표팀에 돌아오기까지 정확히 3년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고요한은 "우즈베키스탄 원정 후 너무 힘든 시간이 있었다"면서 "우연치 않게 다시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왔는데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예전 실수를 잘 생각해 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부진의 이유는 축구화였다. 경기가 열린 팍타코르 마카지 스타디움의 미끄러운 잔디에 계속 넘어졌다. 젖은 잔디에 필요한 쇠 스터드로 된 축구화를 가져가지 못해 고무 스터드 축구화를 신고 뛴 탓이다.
최강희 감독이 쇠 스터드를 준비하라고 했지만, 고요한은 미처 챙기지 못했다.
고요한은 "이미 한국에서 오기 전부터 챙겨오지 못해 쇠 스터드 축구화를 신지 못했다"면서 "이번에는 5켤레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고요한의 축구화. (박종민 기자)
이번에도 잔디는 변수다. 훈련장과 경기장의 잔디가 비슷하다고 알려졌지만, 경기 당일 또 달라질 수 있다. 고요한에게 악몽이었던 5년 전처럼 물을 잔뜩 뿌려놓을 가능성도 있다.
고요한은 "지난 번에도 훈련장은 미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경기장에 들어가니 많이 미끄러웠다"면서 "이번에도 경기장은 많이 미끄러울 거라 생각해 쇠 스터드를 준비해 경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란전에서는 벤치를 지켰지만, 9월5일 우즈베키스탄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은 고요한의 출전 가능성이 높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인 최철순(전북)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요한은 "뛸지 안 뛸지는 감독님이 판단하겠지만, 측면 수비수로 뽑혔기에 잘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득점보다는 실점을 하면 안 되기에 일단 수비에 치중하면서 공격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가담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