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산부인과 영역에 초음파 진단법 도입(1974년), 민간병원 최초 시험관아기 임신 성공(1986년), 국내 최초 부인과 레이저 복강경 수술 성공(1988년), 국내 최초 여성암센터 설립(2009년).
이 기록들은 지난 1963년 우리나라 최초 여성병원으로 설립한 제일병원이 그동안 쌓아온 업적이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나라 여성의학을 선도해 온 제일병원이 저출산 문제로 인해 2015년 이후 경영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는 제일병원이 여성과 관련한 질환을 중점적으로 다뤄온 진료성향을 고려했을 때 저출산 문제가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신생아 숫자는 2014년 43만5천400명, 2015년 43만8천700명, 2016년 40만6천300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 태어나는 신생아는 36만명에 그쳐 사상 최초로 40만명 미만을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맞물려 제일병원의 분만 건수도 2014년 5천490건, 2015년 5천294건, 2016년 4천496건으로 매년 줄고 있다.
제일병원 경영 적자의 또다른 원인은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내원하는 러시아 환자의 감소다. 2017년 상반기 현재 제일병원의 외국인 환자 진료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14.4% 하락했다.
병원 경영이 어려움을 겪자 제일병원 경영진과 직원들은 경영난 극복을 위해 고통분담에 나섰다.
먼저 제일병원 노사는 내부 투표를 통해 연봉의 약 15%를 반납하고, 추후 병원 경영이 흑자로 전환됐을 때 이를 보전해주기로 합의했다.
또 올해부터 평일 진료를 점심시간까지 더 확대하고, 휴일에도 수술 일정을 잡는 등 진료시간을 최대한 늘리기로 했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로 인한 산부인과 진료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부인종양학과 수술, 외과 입원진료 확충을 통해 진료 다변화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부인종양학과 수술 건수는 작년 동기 대비 16%, 외과 입원수익은 9.2% 상승했다.
제일병원 관계자는 "내부 사정이 아니라 병원 외부 여건으로 인해 경영사정이 안 좋아진 점에 대해 임직원 모두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경영 적자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할 수 없지만, 임직원들의 병원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힘입어 작년보다 올해는 긍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