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고종욱 (자료사진 제공=넥센 히어로즈)
고종욱이 짜릿한 역전 만루홈런을 쏘아올려 한편의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마치 포스트시즌을 보는 것 같았던 5위 넥센 히어로즈와 6위 LG 트윈스의 맞대결은 그 희비가 명확하게 엇갈렸다.
고종욱은 31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와의 원정경기에서 넥센이 1-3으로 뒤진 9회초 1사 만루 찬스를 놓치지 않고 역전 만루홈런을 터트려 5-3 승리를 이끌었다.
고종욱의 개인 통산 첫 만루홈런은 너무나 극적인 순간에 나왔다.
1-3으로 뒤진 넥센의 9회초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 서건창이 2루 땅볼로 아웃됐다. 8회 등판해 임무를 마친 좌완 진해수가 내려가고 베테랑 이동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넥센은 초이스와 김하성의 연속 안타로 추격의 발판을 놓기 시작했다.
이어 장영석이 몸 맞은 공으로 출루했다. 공이 유니폼을 스쳐 지나갔다. 곧바로 고종욱의 역전 만루홈런이 터졌다. 고종욱은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42km짜리 직구를 때려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4연속 출루로 순식간에 스코어를 뒤집은 넥센의 덕아웃은 마치 축제의 장 같았다.
고종욱은 "중요한 상황에서 나온 만루홈런이라 뿌듯하다. 첫 만루홈런이라 얼떨떨하다. 어떤 말로 표현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승리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부를 뒤집은 호쾌한 스윙이 나온 배경에는 자신감이 깔려있었다. 고종욱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커서 타석에 서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 타자들이 기회를 잘 만들어줬고 주자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감 있게 스윙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상대 선발 소사의 공이 너무 좋았다. 바뀐 투수를 상대로 앞 타자들이 잘 출루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넥센은 경기 중반까지 LG 포수 유강남에게 연타석 솔로홈런을 얻어맞고 1-2로 끌려갔다. 0-1로 뒤진 5회초 만루 기회에서 주효상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지만 이정후의 병살타로 흐름이 끊겼다. 유강남은 3회말과 5회말 연거푸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넥센은 6회말 김민성의 포구 실책이 빌미가 돼 추가점을 내줬다.
넥센은 4회까지 LG 선발 소사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다. 소사는 7이닝 2피안타 3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 승부를 뒤집었다.
넥센 선발 최원태는 7이닝 5피안타(2홈런) 1볼넷 7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홈런 2방을 허용했지만 집중타를 허용하지 않는 안정된 피칭으로 실점을 최소화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 5위를 지키고 있는 넥센으로서는 귀중한 1승이다. 65승58패1무를 기록한 넥센은 5위 경쟁팀 LG(58승57패2무)와의 승차를 3경기로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