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위)과 이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늘 이란 원정 때마다 텃세에 고전했다.
조명 없는 훈련장을 시작으로 잔디가 망가진 훈련장을 배회했다. 운전기사가 길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돌고 돌아 1시간을 훌쩍 넘어 훈련장에 도착하기도 했다. 역대 대표팀 감독들도 변명이 될까봐 말을 아끼면서도 이란의 텃세에 대해 하소연해왔다.
반면 한국은 최대한 이란의 편의를 봐줬다. 이란은 31일 열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을 닷새 앞둔 26일 조기 입국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홈 팀은 경기 사흘 전부터 훈련장을 제공하면 된다.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는 27일에도 인천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을 섭외했다. 28~29일에는 파주 공설운동장, 30일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훈련장으로 내줬다.
그런데도 이란을 이끄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불만 투성이었다.
27일 첫 훈련 후에는 "한국은 월드컵을 치른 나라인데 이번 훈련장은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가 아닌 것 같다. 한국 축구 퍈둘아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다 29일에는 태도를 180도 바꿨다. 한국 기자들을 숙소인 메이필드 호텔로 불러 SNS에 올린 잔디 사진 등에 대해 해명했다. 종 잡을 수 없는 태세 변환이다.
신태용 감독은 케이로스 감독의 태도에 "이해할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신태용 감독은 30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름 자기가 가진 역량을 다 발휘하는 것 같다. 우리가 이란에 가서 당했던 걸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란에서 감독이 지시해 뺑뺑이를 돌고, 조명 없는 훈련장에 잔디가 이상한 훈련장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나 역시 경기 전술을 짜기 바쁘지 상대를 어떻게 골탕 먹일까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당했을 때 감독으로 투정을 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심리전이자 어쨌든 더 좋은 환경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동안 한국 감독들은 그런 심리전을 펼치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도 이란에서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향후 그런 일이 발생하면 대처를 하겠다고 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야기가 나온 적은 없지만, 이란에서 경기장에 들어가면서 볼트에 머리를 맞기도 했다. 이란 팬들은 우리 골키퍼에게 레이저를 계속 쏜다. 라커에 들어가면서 볼트, 짱돌에 맞디고 했다. 다만 표현을 하지 않았다"면서 "케이로스 감독은 나름 전략가라 그런 표현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란에 가서 그런 상황이 오면 최대한 손해보지 않는 상황에서 뭘 가져올 수 있을지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