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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욕설 파문'에 가려진 문규현 '나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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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롯데 유격수 문규현은 29일 두산과 원정에서 7회말 1사 만루 승부처에서 충분히 병살타가 될 만한 타구를 잡아 2루 대신 홈으로 송구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잠실=두산)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가 펼친 잠실 대회전의 후유증이 크다. 후반기 최고 팀들의 대결인 만큼 명승부가 펼쳐졌지만 정작 경기보다 심판 판정과 관중 욕설 사태가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두 팀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시즌 14차전을 벌였다. 두산이 롯데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대접전 끝에 7-5 승리를 거뒀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석연찮은 판정 번복 속에 흥분한 일부 관중이 욕설을 퍼부으면서 경기가 늘어졌기 때문이다. 두산이 5-5 동점을 이룬 7회말 1사 만루에서 나온 문제의 판정으로 명승부의 끝이 다소 망쳐진 모양새가 됐다.

당시 두산 타자 민병헌이 땅볼을 쳤고, 롯데 유격수 문규현이 일단 홈으로 송구해 실점을 막았다. 이후 포수 강민호가 3루로 송구해 2루 주자 김재환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초 아웃 판정을 내렸던 박근영 3루심은 이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세이프로 번복했다. 3루수 김동한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었다는 김재환과 전형도 주루코치의 항의를 받아들인 것. 김동한 역시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다.

이에 조원우 롯데 감독이 심판진을 찾아 어필하는 과정이 8분 넘게 지속됐다. 조 감독은 판정 번복의 이유와 김동한의 의견을 들은 뒤 수긍했으나 비디오 판독 요청이 불가한 데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요청 제한 시간 30초를 넘겨 받아들이지 않았다. 롯데 벤치는 "판정 번복 이유를 들은 시간을 빼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롯데는 이후 조정훈의 폭투로 결승점을 헌납하는 등 2실점했다. 이후 두산의 수비 때는 좌익수 김재환에게 욕설을 퍼부은 관중 때문에 경기가 두 차례나 중단되기도 했다. 경기 중반까지 쫄깃한 긴장과 재미를 안긴 승부가 이래저래 어수선하게 마무리됐다.

29일 두산-롯데의 시즌 14차전에서 3루심을 맡은 박근영 심판은 승부처였던 7회 매끄럽지 못한 판정과 번복 과정으로 이날 경기의 아쉬움을 남겼다.(잠실=두산)

 

일단 가장 아쉬운 대목은 판정이다. 애초 박근영 3루심이 제대로 된 판정을 내렸다면 이후 벌어진 문제의 장면들은 나오지 않았을 터. 이후 박 심판은 곧바로 판정을 번복했다. 이 부분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권위를 세우지 않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다만 명확히 세이프 제스처를 취하지 않은 대목은 또 다른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박 심판은 자신의 실수라는 점을 의미하는 손짓을 여러 차례 했지만 팔을 넓게 벌려 세이프를 정확하게 고지하지는 않았다. 조 감독이 곧바로 비디오 판독 요청을 하지 못한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 판정과 번복이 롯데 벤치의 긴 항의와 관중 욕설 사태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롯데의 비디오 판독 요청을 들어줬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심판의 실수로 초래된 사태인 만큼 재량을 발휘했다면 긴 항의와 욕설도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만약 롯데의 비디오 판독 요청을 받아줬다면 이 또한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다. 두산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수 있었다. 때문에 심판진의 고무줄 재량도 문제가 된 모양새다. 8분여 항의를 한 조 감독은 5분 이상 어필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퇴장 명령을 받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까닭이다.

이런 일련의 복잡한 상황의 가장 먼저 발생한 원인은 그러나 롯데의 아쉬운 수비였다. 심판 판정과 관중 욕설 사태로 가려진 부분이다. 유격수 문규현의 판단이 나비 효과로 이어져 태풍처럼 번진 것이다.

당초 민병헌의 타구는 손쉬운 병살타로 이어질 만했다.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6-4-3, 가장 일반적인 병살타 코스였다. 타구도 느리지 않았고, 2루수 베이스 커버도 이미 이뤄진 터였다.

그러나 문규현은 타구를 잡은 뒤 홈 송구를 선택했다. 물론 5-5 박빙의 승부라 실점을 막는 게 최우선이긴 했지만 병살 처리를 한다면 이닝까지도 마무리할 수 있었고,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홈 송구 이후 타자 주자까지 잡는 병살은 확률이 6-4-3보다 높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두산 김재환이 29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7회말 상대 조정훈의 폭투 때 과감히 홈으로 쇄도해 결승점을 올리고 있다.(잠실=두산)

 

결국 강민호의 송구도 1루가 아닌 3루 쪽이었다. 태그 아웃을 피해 2루로 귀루하다 다시 달린 김재환의 움직임을 본 것이었다. 그러나 김동한의 발이 베이스에 닿아 있지 않았다. 이 수비도 역시 아쉬웠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야 할 여지는 있다.

결과적으로 비디오 판독 요청이 받아들여졌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김동한의 발이 베이스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2루 대신 홈 송구를 택한 문규현의 선택이 롯데의 실점으로 이어지는 결과는 달라질 확률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이날 문규현은 5회 추격의 신호탄이 된 1점 홈런을 날리는 등 나름 활약했지만 이 수비만큼은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심판진의 어설픈 판정과 대처는 이날 경기에서 가장 큰 지적을 받을 부분이다. 일부 관중의 행태 역시 어떤 이유로도 용납돼서는 안 될 문제다. KBO는 물론 각 팀들도 머리를 싸매고 본질적인 해결책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롯데 팀으로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7회말의 아쉬운 수비 장면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불신이 드는 판정과 꼴불견 관중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킨 공로(?)도 있었지만 결국 팀 패배로 이어졌다.

덧붙여 롯데 벤치 역시 비디오 판독 요청을 먼저 해놓고 어필했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살짝 남는다. 이날 경기의 최대 승부처라면 판독 요청 제한 시간을 다시금 떠올려야 했다는 점이다. 문 닫기 전에 찜이라도 해놓아 요청이 혹시라도 원천적으로 금지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즌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가을야구를 향한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만큼 매 경기 매 순간이 각 팀들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에 선수와 감독, 코치, 심판에 팬들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경기는 한 순간의 판단이 얼마나 큰 태풍으로 번질 수 있느냐를 보여준 프로야구의 '나비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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