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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9일 만에 해직자 모두 복귀… "정상에 선 YTN 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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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 복직 행사 '해직자가 온에어'

28일 오전, 해직된 지 3249일 만에 YTN에 돌아온 조승호·현덕수·노종면 기자가 사원증을 찍고 들어오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사원증, 오늘 받았다. 그 다음, 회사 식권 쓸 수 있는 앱을 다운받았다. 드디어 회사 식권을 쓸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 앱 로그인이 아직 안 된다. (웃음) 아마 회사 교육을 받을 때쯤이면 로그인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YTN에 들를 때마다 6층 한 층만 허락됐던 저의 공간이 YTN 전 건물로 확대됐다. 이제 곧 동료들처럼 야근도 하고 월급명세서는 다음달에 나오겠죠. 바로 이러한 소소한 걱정과 즐거움, 그런 일상의 세계로 다시 되돌아온 것이 가장 큰 오늘의 기쁨이었다."
_ 현덕수 기자

2017년 8월 28일,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가 YTN에 돌아왔다. MB 언론 특보 출신 구본홍 씨의 YTN 사장 선임에 반대하며 '낙하산 반대 투쟁'을 벌이다, 2008년 10월 6일 해직 통보를 받은 지 3249일 만이다. 당시 함께 해직된 기자 3명(권석재·우장균·정유신)은 대법원에서 '해고 부당' 판결을 받아 지난 2014년 12월 1일 복직했다. 날수를 헤아리면 꼭 1001일 먼저였다.

28일 오후 7시 14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뉴스퀘어 1층 홀에서 세 기자의 복직 공식행사 '해직자가 온에어'(방송 중이라는 ON AIR의 의미)가 시작됐다. 워낙 많은 이들이 축하하기 위해 참석해 당초 7시로 예정됐던 행사가 조금 늦어졌다.

오프닝 영상은 20분 남짓 되는 분량이었다. 여느 행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YTN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들만 뽑았을 뿐인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가 회사 '밖'에 있었던 기간이 얼마나 긴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 복직한 세 기자가 말하는 과거-현재-미래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앞에 붙은 현수막 (사진=김수정 기자)

 

조승호 기자는 '그제'란 키워드 아래 '과거'를, 현덕수 기자는 '지금'이란 키워드 아래 '현재'를, 노종면 기자는 '모레'라는 키워드 아래 '미래'를 이야기했다.

조 기자는 "오늘부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게 된 YTN 조승호"라는 재치 있는 인삿말로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조 기자는 복직 확정 후 떡봉이(YTN 내에서는 '부역자'의 뜻으로 쓰임)들에게 "고생했다. 이렇게 오래 고통받을 줄 몰랐다. 이제는 예전처럼 잘 지내보자" 등의 문자를 받았다며 "그동안 우리들 복직에 가장 앞장서서 반대했고 YTN 공정방송을 가장 가로막은 사람들이 이제 화합과 화해를 얘기한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나"라고 반문했다.

조 기자는 "'과거를 잊으면 반드시 되풀이된다. 과거의 불의에 대해 단죄하지 않으면 그것은 미래의 불의를 용인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저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철저한 단죄를 통해서, 먼훗날 공정방송 외치는 후배들은 꽃길을 가도록 선배로서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덕수 기자는 "오늘 아침처럼 일찍 집을 나서는 일은 흔치 않았다. 제가 상암동에 오는 동안 저희들을 환영하기 위해 우리 동료들도 저처럼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미안함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제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동료들이 저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는 만났고 감격의 포옹과 눈물을 나눴다. 우리, 왜 이런 걸까요? 그냥 직장에서 흔한 그저그런 동료들이라면 이러지 못했을 거다. 저희가 해직됐었던 지난 9년 동안 저희들에게는 끊을 수 없는 유대감과 일체감이 그렇게 형성됐던 것이다. 해고라는 단절을 우리는 그렇게 극복했고 오늘을 맞았다.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열린 해직자 복직 공식행사 '해직자가 온에어'에서 조승호·노종면·현덕수 기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에게 광화문 광장에서 찍은 사진 액자를 선물 받았다. (사진=김수정 기자)

 

그동안 사원증 받기, 회사 식권 쓰기 등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일상'이 그리웠다는 현 기자는, 복직한 이후의 과제로 'YTN이 나아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라고 강조했다.

"우리 방송이 나아가야 할 곳은 무엇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주장하면서 올바른 방송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게 저에게는 또 다른 기쁨이다. 바로 오늘부터 YTN 보도 결과에 대해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바로 오늘, 이 순간부터다. 살아있는 뉴스, 깨어있는 방송, YTN을 책임지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겠다. 그것이 동료들이 저에게 허락해 준, 시청자와 시민들이 저에게 허락해 준 복직의 기대이고 명예이다. 열심히 하겠다. 고맙다."

노종면 기자는 자신이 회사를 떠나 있었던 '9년'이 또 흘렀을 때의 YTN 모습을 그렸다. 그는 "보도국 회의에서 부서별 리포트 개수나 확인하고 자막 오탈자, 앵커 복장 등으로 기강 잡으려 하는 일들이 다반사라면 아마 복장 터지는 상황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오늘 이 복직은 그냥 지난 9년의 한풀이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노 기자는 YTN을 "선배는 자기 책임으로 후배들의 방패가 되어주고 후배들 역시 책임감을 가지고 선배들을 추동해 내는, 설사 언쟁하더라도 토론하고 소통하는 그런 조직"으로 기억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런 YTN을 그려본다. 공정한 언론사, 진취적인 미디어, 따뜻한 기업. 제가 YTN 대주주들로부터 0점을 받은 경영계획서에 핵심적으로 나온 내용"이라며 "제가 가장 받고 싶은 상은 '정상'이다. YTN이 정상(TOP)에 우뚝 서 있는 정상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 그걸 생각하면 흐뭇하다. 그 결과에 도달해 있는 저보다 그 과정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을 제 모습에서 더 벅찬 감정을 느낀다. 오늘 이 복직은 그 과정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 "오늘부터 저희는 1일"… 웃음과 감동 번져

2017년 8월 28일 돌아온 세 기자보다 1001일 먼저 복직한 우장균·정유신·권석재 기자가 '해직자 완전 복직'에 대한 소감을 말하기 위해 무대에 서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보다 1001일 먼저 복직한 권석재·우장균·정유신 기자도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우선 우 기자는 2014년 당시의 '일부 복직'은 모두가 함께 돌아온 게 아니기에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면서 "오늘은 3명의 복직기자들, 여러분들과 함께 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과 계속해서 행복할 수 있는 비밀을 알려드리겠다. 로마의 한 장군이 이런 말을 했다. '행복의 비밀은 자유이며, 자유의 비밀은 오직 용기일 뿐이다', 우리 영원히 행복하기 위해 용기를 가지자!"고 해 박수를 받았다.

정 기자는 "3년 전에 복직했을 때는 몸만 들어와 있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법원 판결 통해 절반밖에 돌아오지 못했고, (복직 못했던) 선배 가족분들 얼굴을 볼 때마다 죄송스러웠고, 언제쯤 복귀할 수 있을지 고대했다"며 "약속하고 기대해 주신 것, 나머지 세 분과 함께 꼭 채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 기자는 "저는 말이 아니라 촬영을 해서 보도하는 걸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 세련된 말은 못한다"면서도 "오늘부터 저희는 1일이다. 앞으로 잘할 것이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박진수 지부장이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에게 "열심히 뛰라"는 의미로 운동화를 선물하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사측과 오랜 협상 끝에 세 기자의 복직 합의를 이뤄낸 YTN지부의 박진수 지부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길었다. 조금만 짧았으면 더 좋았을걸, 너무 길었던 것 같다"면서도 축제의 자리에 와 준 청중에게 큰절을 올려 감사를 표했다.

박 지부장은 물기 어린 목소리로 "(해직자 복직은) 간절했다. 간절했다"며 "복직하면 어마어마한 일이 생길 것 같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 세 명이 왔다고 해서 YTN 정상화가 바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 기자의 자녀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9년 간 작지 않은 시간이었고, 그들에게 아버지 직업란에 아무것도 못 쓰게 해 줘서 미안했다"며 "다 50대가 되어버렸고 시간이 무심히 가 버렸지만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저 뒤에 수많은 후배들이 있지 않나"라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MBC 해직기자들의 조속한 복귀를 기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이 세 분이 돌아왔다는 것은 YTN이 정상화 문턱에 들어섰다는 것"이라며 "KBS, MBC도 투쟁 준비하고 있는데 (다같이) 승리해서 YTN 동지들과 기쁨을 나눴으면 한다"고 바랐다.

사진 맨 앞줄 오른쪽에서 1~3번째가 각각 YTN 조승호·현덕수·노종면 기자다. (사진=김수정 기자)

 

YTN 해직사태 때 언론노조위원장이었던 최상재 전 위원장은 "(제가 있을 때) 복직을 시키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늘 죄인처럼 살아왔는데 오랜 시간 버텨주신 여러분들과 촛불 들어주신 시민들 덕분에 오늘부로 저의 죄를 셀프 사하겠다. (MBC 해직자들도 돌아와) 제 후임 이강택 위원장의 죄도 빨리 사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 전 위원장은 3249일 동안 빼앗겼던 마이크와 펜을 의미하는 뱃지를 세 기자에게 달아준 뒤, "세 복직자, 대한민국 남성 평균수명보다 3249일 더 살아라! 얍!"이라는 주문을 외우는 것으로 발언을 마쳤다.

이날 '해직자가 온에어' 행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 정의당 노회찬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방송통신위원회 고삼석 위원, 강형철 한국방송학회장, 박석운 민언련 대표, 강원대 김세은 교수, 최성주 언론연대 대표,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 KBS본부 성재호 본부장,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 OBS지부 유진영 지부장, CBS 변상욱 대기자, 동아투위 김종철 위원장 등 수많은 외빈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저희(방통위)가 많은 책임이 있는데 이제 어느 정도 해결의 물꼬가 트이는 것 같다. 세 분의 복직으로 언론 정상화의 반 정도 왔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반을 가겠다"며 "10년 동안 공영방송을 망가뜨리고 많은 분들 힘들게 했던 분들에게 책임 물어야 될 시간이 온 것 같다. 백 마디 말보다는 방통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행동에 나서는 준비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세 기자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로 촛불이 켜졌던 광화문에서 찍은 기념사진 액자와 "열심히 뛰라"는 의미로 운동화를 선물 받았다. 행사 마지막은 해직자 복직과 함께 공정방송의 회복을 기원하는 푸른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세 명의 복직기자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다음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의 'YTN 사태' 주요 일지

2008년 5월 29일 구본홍 사장 내정 내정
2008년 7월 17일 구본홍 선임
2008년 9월 16일 낙하산 사장 반대 피켓 생방송 노출
2008년 10월 6일 사측 6명(권석재·노종면·우장균·정유신·조승호·현덕수) 해고 등 33명 중징계
2008년 10월 9일 방통위 국감서 YTN 사태 집중 조명
2008년 10월 16일 노조, 징계무효 확인소송 제기
2008년 11월 9일 공정방송 종이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
2008년 11월 18일 배석규 전무 선임
2008년 12월 16일 사측, 업무방해 혐의로 노조원 추가 고소
2009년 1월 1일 보도국장 선거 공고, 투표 결과와 다른 인물로 선임돼
2009년 3월 2일 전면 제작거부 투쟁
2009년 3월 12일 파업 찬반 투표 결과 찬성 72%
2009년 3월 23일 무기한 총파업
2009년 3월 24일 노종면 구속
2009년 3월 30일 노종면 검찰 송치
2009년 4월 1일 YTN 노사 합의 "해직 사태는 법원(1심) 판결에 따르기로 한다"
2009년 4월 2일 노종면 서울구치소 석방
2009년 8월 3일 구본홍 돌연 사퇴
2009년 8월 27일 해직기자 회사 출입 통제
2009년 10월 6일 해직 1년
2009년 10월 9일 배석규 사장 선임
2009년 10월 30일 법원, 사측의 노조원 징계성 지국발령 취소 가처분 결정
2009년 11월 13일 법원 1심 판결 "해직 6명 전원 해고무효"
2009년 11월 17일 사측, 1심 판결에 항소
2009년 11월 24일 가면투쟁 (해직자 출입방해 항의)
2009년 12월 8일 우장균, 제42대 한국기자협회장 당선
2010년 5월 17일 법원, 해직자 출입방해금지 가처분신청 일부 인용
2010년 10월 6일 해직 2년
2011년 4월 15일 법원 2심 판결 "3명 복직, 3명 해고 정당"
2011년 10월 6일 해직 3년
2012년 3월 8일 공정방송 복원·해직자 복직 총파업 돌입
2012년 3월 9일 배석규 사장 연임
2012년 3월 30일 언론노조 KBS본부, MB정권 언론사 사찰 문건 폭로 "MB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인다"(배석규 부분 발췌)
2012년 10월 6일 해직 4년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2013년 6월 10일 공정방송을 위한 해직기자 국토순례
2013년 10월 6일 해직 5년
2014년 3월 28일 해직 2000일, 남대문 YTN타워 마지막날
2014년 4월 7일 YTN 사옥, 상암동 뉴스퀘어로 이전 완료
2014년 5월 15일 김종욱·임장혁·하성준, 2012년 파업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
2014년 11월 27일 대법 판결 "3명 해고 정당"
2014년 12월 1일 복직자 3명(권석재·우장균·정유신) 출근
2015년 3월 20일 배석규 사장 퇴임
2015년 3월 23일 조준희 사장 취임
2015년 10월 6일 해직 7년
2016년 10월 6일 해직 8년
2016년 10월 27일 사원총회 개최 "최순실 보도 방관하는 보도국 문제 심각"
2017년 3월 2일 법원 "사측,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의 보도국 회의 참석 방해 말아야" 판결
2017년 3월 17일 김종욱·임장혁·하성준, 2012년 파업 업무방해 혐의 무죄 확정
2017년 5월 19일 조준희 사장 사퇴
2017년 8월 4일 해직자 3명(노종면·조승호·현덕수) 전원 복직 노사 합의
2017년 8월 28일 해직자 3명 복직

YTN 방송 스튜디오에 앉은 현덕수·노종면·조승호 기자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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