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발표 3주가 지나면서 직격탄을 맞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고점 대비 수천만원에서 1억∼2억원씩 떨어진 급매물이 팔린 이후 일단 추가 하락세는 진정되는 모양새다.
27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8·2 대책의 충격으로 지난 11일 조사 기준 0.25% 하락했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18일 조사에서 -0.16%, 25일 조사에선 -0.03%로 낙폭이 차츰 둔화하고 있다. 일부 사정 급한 '초급매물'이 팔린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이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는 고점 대비 3000만∼1억원가량 빠진 상태에서 추가 하락세는 멈췄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조합원 지위 양도와 관련한 예외조항을 소급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앞으로 착공 전까지는 거래가 가능해지다 보니 매도·매수자들 모두 급할 게 없어진 상황"이라며 "그러나 매수자들이 가격이 더 떨어지면 사겠다고 관망하면서 거래가 안 된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어떤 가격에도 당장은 사려는 매수자들이 없기 때문에 집주인들도 가격을 더 낮추진 않고 지켜보는 것 같다"며 "다음 달 가계부채 대책 등 추가 규제도 예정돼 있어 폭풍전야처럼 조용하다"고 말했다.
지구계획 심의 재료가 있는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급급매'가 팔린 이후 거래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아파트 1112㎡의 경우 8·2 대책 직후 고점(15억 7000만원) 대비 1억 6000만원 떨어진 14억 1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된 뒤 최근에는 14억 7000만원으로 거래가가 올랐다.
119㎡도 고점(17억 2000만원) 대비 1억 7000만원 빠진 15억 5000만원짜리 초급매가 팔린 이후 현재 거래 시세가 16억 5000만원으로 오른 상태다.
반면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파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나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등지의 중개업소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2003년 12월 31일 이전에 취득해 매매가 가능한 것들도 팔리지 않고 있다.
중개업소들도 거래를 못 해 볼멘소리다. 개포동의 또 다른 사장은 "대책 발표 이후 이 일대에 중개업소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며 "당분간 매매거래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생계를 위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려는 중개업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강북권의 일반 아파트들은 지역마다 온도차가 감지된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중복 지정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노원구 일대 아파트는 매수세가 급감하면서 거래 시장에 찬바람이 냉랭하다.
이에 따라 부동산114 시세 기준 지난주 노원구의 아파트값은 0.11% 하락하며 서울 25개 구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반면 대책 발표 전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던 강북의 도봉(0.15%)·동대문(0.15%)·구로(0.13%)·성북구(0.13%) 등은 지난주 실수요자들이 찾아오면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노원구와 함께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의 중복 철퇴를 맞은 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명 '마용성' 트리오의 경우 예상과 달리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용산구 한강로2가의 중개업소 대표는 "매도자들은 용산공원 등의 개발 호재로 가격을 낮춰주지 않고 있고 매물도 별로 없다"며 "다만 매수자들도 앞으로 나올 가계부채 대책 등 추가 대책 발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거래는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달 가계부채 대책과 주거복지로드맵 등 정부의 추가 대책을 앞두고 있어 시장 움직임에 변동성이 크다"며 "10월 추석 연휴 이후에야 시장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기 전에 팔려는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추석 이후 본격화될 공산이 크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9월이 이사철이지만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어 매도, 매수자들이 쉽게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10월 초 긴 추석 연휴도 예정돼 있어서 대책 발표를 지켜본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추석 이후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