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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김영하 '바람', 가을 극장가에 불어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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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원작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남한산성' 다음달 잇따라 개봉

 

가을 극장가에 베스트셀러 원작 영화 바람이 거세게 불 조짐이다. 다음달 잇따라 개봉을 앞둔 '남한산성'과 '살인자의 기억법'이 그 주인공이다. 두 영화는 김훈과 김영하라는,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두 소설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뒀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화제 몰이를 해 왔다. 여기에 탄탄한 연출·연기력을 지닌 감독과 배우들이 가세하면서 볼거리를 극대화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의 일기 '살인자의 기억법'

먼저 다음달 7일로 개봉을 확정지은 '살인자의 기억법'은 소설가 김영하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에 바탕을 뒀다. 원작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의 일기라는 파격적인 1인칭 시점을 차용해 몰입도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전작 '세븐 데이즈' '용의자'를 통해 감성 품은 액션 영화의 쾌감을 선사했던 원신연 감독은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40분 만에 읽고 곧바로 영화화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는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머에 걸려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은퇴한 연쇄살인범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희미해져 가는 기억과 쌓여가는 기록, 망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라이벌의 등장 이후 급속도로 서스펜스와 스릴을 오가며 거침없이 흘러간다.

세상에 불필요한 쓰레기들을 청소한다는 명목으로 오랜 세월 살인을 저질러온 병수(설경구)는 17년 전 연쇄살인을 그만두고 수의사로 평범한 삶을 살아오다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게 된다. 그는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녹음하고, 매일의 일과를 일기로 기록한다. 그러던 중 마을에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우연히 마주친 남자 태주(김남길)에게서 살인자의 눈빛을 읽어낸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사진=쇼박스 제공)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 오달수까지 영화를 책임지는 배우진도 탄탄하다. "연기하기 어려울 것 같아 (병수 역할을) 선택했다"는 설경구는 극한의 체중 감량에 나서 특수분장 없이도 본인보다 열 살 많은 외형을 완성해냈다. 극중 병수가 알츠하이머로 인해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겪는 혼돈을 순간적인 눈빛 변화만으로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남길이 연기한 태주는 평범한 경찰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전혀 알 수 없는 인물로, 병수의 살인 습관을 깨우고 그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살을 찌웠을 때 섬뜩함이 배가되는 얼굴"이라는 원신연 감독의 주문에, 김남길은 설경구와는 정반대로 14㎏이나 몸을 불리는 변신을 감행했다. 그는 섬뜩해진 인상 속 찰나의 순간 미묘하게 변하는 태주의 표정을 노련하게 살려내며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김설현은 병수가 기억해야 할 유일한 존재인 딸 은희로 분했다. 김설현은 기억을 잃어가는 아빠를 지켜봐야 하는 딸의 착잡한 심경, 아빠가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딸의 복잡한 내면을 풍부하게 그려냈다고 한다.

끝으로 오달수는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파출소 소장이자 병수의 오랜 친구인 병만을 연기했다. 그는 병수가 기억을 잃을 때마다 나타나 살뜰히 챙기는 병만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내며 극의 긴장감을 적재적소에서 이완시키는 한편,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경찰의 날카로운 면모로 결정적인 순간에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했다.

범죄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4년 만에 복귀하는 원신연 감독은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 먼 영화가 될 것"이라며 "퍼즐을 맞추는 사람의 시선과 방식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 쫓겨간 조정… 병자호란 47일의 기록 '남한산성'

추석 대목을 겨냥해 다음달 중 개봉 예정인 '남한산성'은 출간 이래 70만 부 이상 팔린 김훈의 동명 소설이 토대가 됐다. 영화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1636년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갇힌 조선의 왕, 그 앞에서 벌어지는 두 충신의 대립,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을 담았다.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청의 대군이 공격해 오자 임금과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추위와 굶주림,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 속 청군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에서 대신들의 의견 또한 첨예하게 맞선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주화파'인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청의 치욕스런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그 사이에서 인조(박해일)의 번민은 깊어지고, 청의 무리한 요구와 압박은 더욱 거세진다.

영화 '남한산성'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중국 명의 쇠퇴와 청으로 이름을 바꾼 후금의 번성, 이어지는 청의 새로운 군신관계 요구와 이에 척화로 맞선 조선. 그로 인해 병자년 12월, 청이 조선을 침략하며 병자호란이 발발한다. 적이 기병을 앞세워 한양 인근까지 빠르게 진격해 오자 조선의 왕과 조정은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하지만, 청의 대군에 둘러싸인 채 성 안에 고립된다.

영화 '남한산성'은 추위와 굶주림, 적의 거센 압박과 무리한 요구, 그 안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채 치열하게 조선의 앞날을 논했던 남한산성에서의 47일을 처음으로 스크린에 그렸다. 특히 강대국의 압박에 무력한 조정과 고통받는 민초들의 모습을 보듬으며, 당시의 절박하고 고단했던 나날 또한 묵묵하게 담아낸다.

'남한산성'의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공지영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도가니', 다시 젊어진 할머니의 좌충우돌기 '수상한 그녀'로 재미와 의미를 모두 만족시켜 온 이력을 밑거름으로 첫 사극에 도전했다. 그는 진중하고 묵직하며 힘 있는 사극 연출의 정공법을 택했다. 특히 원작에 표현된 최명길과 김상헌의 날 선 논쟁을 영화 대사로 윤색하는 작업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애썼다고 한다.

여기에는 믿고 보는 배우들에 대한 믿음도 큰 몫을 했다. 이병헌은 치욕을 견디고 청과의 화친을 도모하고자 하는 최명길 역을 맡았다. 그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냉정하게 자신의 신념을 전하며 상대를 설득하려는 최명길 캐릭터를 탄탄하고 흡인력 있는 연기로 소화해냈다.

김윤석은 청과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김상헌 역으로 첫 정통 사극 연기에 도전했다. 김윤석은 무엇이 백성을 위한 길인지를 깊이 고민하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신들 사이에서 고뇌하는 왕 인조를 연기한 박해일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왕이 느꼈을 고통과 참담함을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길어 올렸다. 격서 운반의 중책을 맡은 남한산성의 대장장이 서날쇠로 분한 고수는 우직하면서도 따뜻한 민초의 면모를 선보인다.

황동혁 감독은 "원작 소설을 읽고 가장 놀라웠던 점은 지금의 상황과 매우 닮아 있다는 것이었다"며 "영화를 통해 그때 우리 선조들이 했던 고민과 결정을 다시 한번 되짚어 봄으로써, 현대에 당면한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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