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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 상승?' 배영수는 왜 공을 유니폼에 문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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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제 잘못입니다' 한화 배영수가 23일 kt와 원정에 앞서 지난 20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불거진 부정 투구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수원=노컷뉴스)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kt와 한화의 시즌 14차전이 열린 23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 경기 전 한화 우완 배영수(36)는 취재진을 만나 최근 불거진 부정 투구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날 배영수는 "제가 잘못을 했고 사죄드린다"면서 "야구 규칙을 어겼기 때문에 내 잘못이고 어제부터 반성을 많이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마운드에서 불필요한 행동이었는데 다음부터는 문제 없이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수는 지난 20일 롯데와 대전 홈 경기에서 3회초 2사 2루 나경민 타석에서 오른 허벅지 유니폼에 로진(송진) 가루를 묻힌 뒤 공을 문질렀다. 당시 심판진과 롯데는 의식하지 않았는데 경기 후 부정 투구라는 팬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2017 공식 야구규칙 '투수의 금지사항'을 보면 투수는 ▲ 공을 글러브,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지르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배영수가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이를 사후에 인지한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배영수에 대해 엄중경고했고, 본인이 결국 공식 사과한 것이다.

다만 배영수는 의도나 계획적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배영수는 "내 잘못이고 내가 감수해야 할 문제라 더 말을 하면 핑계로 들릴 수 있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솔직히 제가 18년 동안 마운드에 섰는데 계획적으로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답답한 마음이 들더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저는 지금까지 정면승부를 해왔지 비겁한 승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면서 "(취재진도) 제 성격을 아시는 분은 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영수는 "TV로 보니 공을 (허벅지에) 두 번 쳤는데 잘못된 행동이구나 알게 됐다"면서 "규칙을 선수로서 알아야 했는데 몰랐다면 변명이다. 내가 책임지는 게 당연하고 변명할 생각 없다"고 덧붙였다.

한화 배영수가 20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3회 나경민과 상대하는 가운데 공을 오른 허벅지에 문지르는 모습.(사진=SBS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배영수는 삼성 에이스 시절부터 불타는 승부욕으로 잘 알려진 투수다. 불같은 강속구를 던졌던 전성기 이후에는 몸쪽 승부를 즐기며 타자와 팽팽한 대결을 이끌어간다.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배영수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일본을 30년 동안 따라오지 못하게 해주겠다"는 도발적인 발언을 내놓은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를 투구로 맞히면서 한국 야구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배영수의 행동은 구위 상승 등 경기력 측면에서 어떤 이득을 바라고 했던 것일까. 일단 본인도 부인했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투수 출신의 이상군 감독대행은 "배영수가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이 맞다"고 전제했다. 이어 "하지만 로진 가루를 묻힌다고 구위가 특별히 좋아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투수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이 대행은 "장민재의 경우 워낙 땀이 많이 나서 로진 가루를 많이 묻힌다"면서 "그러나 그렇지 않은 투수는 거의 묻히지 않거나 적게 묻힌다"고 말했다. 이어 "구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가끔 적발되는 파인타르(송진액)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침이나 진흙 등의 이물질과도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른바 스핏볼, 머드볼은 야구규칙상 금지다. 사포 등으로 공에 변형을 주는 에머리볼, 글러브 등에 공을 문지르는 샤인볼도 마찬가지다.

배영수는 지난 2년 동안 부진과 부상의 터널에서 벗어나 올 시즌 3년 만에 완투승을 따내는등 6승5패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자료사진=한화)

 

그렇다면 배영수는 왜 이런 '불필요한' 동작을 했던 것일까. 이날 배영수는 짧게 인터뷰를 마치고 들어가 이런 질문까지 받을 수 없었다. 다만 구단 관계자가 설명을 대신했다.

투수 출신의 한 프런트는 "배영수가 잘못한 것은 맞다"고 역시 전제하면서도 "다만 설명을 하자면 아마추어 시절의 습관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모르지만 예전 중고교 시절 경기 때는 시합구가 많지 않았다"면서 "공을 아껴 써야 했기 때문에 더러워지면 투수가 유니폼에 닦아서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때의 습관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비가 오면 물기와 함께 흙이 묻기 때문에 심판들도 선수들이 공을 유니폼에 문질러 닦는 것을 용인해줬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 역시 "로진 가루를 많이 묻힌다고 구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고 심리적인 부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았든지 간에 배영수가 규칙을 어긴 것은 사실이다. 다만 배영수는 부정 투구를 시인했고, 향후 다시 문제의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현역 최다승(134승)을 거둔 베테랑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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