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 모임 제공)
10대 초반 어린 나이에 미쓰비시로 강제 동원된 근로정신대 소녀들이 광복된 지 72년 만에 할머니가 돼서 상봉했다.
전남 나주 초등학교 1년 선·후배 사이였던 정신영(88) 할머니와 양금덕(87) 할머니가 광복이 되고 고향에 돌아온 지 72년 만에 17일 극적으로 상봉했다
전남 나주에 사는 정신영 할머니는 최근 광주지방법원 근로정신대 판결 소식을 듣고 광주시 서구 쌍촌동의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의 문을 두드렸다.
기회가 있다면 자신도 미쓰비시와의 소송에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 할머니는 광복 후 고향에 돌아왔지만 일본에 다녀왔다고 하면 시집도 못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나마 남아있던 일본에서 찍은 사진조차 모두 찢고 살았다.
가족들에게조차 자신이 일본에 다녀왔다는 한마디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사진=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 모임 제공)
정 할머니는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지진 당시의 공포와 전투기 폭격의 굉음이 잊히지 않는다"며 "광복 뒤 집에 보내달라고 해도 한동안 보내주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할머니는 이날 처음 딸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광주 시민모임 사무실에만 데려다 달라고 했다.
시민모임의 주선으로 양 할머니가 정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시민모임 사무실을 찾았지만 애석하게도 한 동안 둘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실마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에서부터 풀렸다.
정 할머니가 자신의 창씨개명한 이름을 말하자 그제서 양 할머니가 정 할머니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한글 이름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던 일제강점기 슬픈 역사를 확인하는 시점이었다.
정 할머니는 "함께 근로정신대에 끌려갔던 친구들의 소식이 궁금했다"며 "이제야 소원을 풀었다"며 양 할머니를 꼭 보듬었다.
양 할머니 역시 "동료들 중 누군가는 한 번쯤 만나지 않을까 했는데 안 죽고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왔다"면서 "정 할머니 얼굴에 예전 얼굴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하며 정 할머니의 손을 꼭 붙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