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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작거부' 확산에도 "경영진은 물러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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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환 보도본부장, 간부들 독려… '뉴스데스크'선 'MBC 정상화' 비판 리포트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MBC 보도국 취재기자들(81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기자들이 김장겸 사장, 오정환 보도본부장, 최기화 기획본부장을 비판하는 현수막과 '김장겸 뉴스 제작·김장겸 체제 업무를 중단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본사인 서울MBC 기자·PD뿐 아니라 지역MBC 기자들도 서울MBC로의 기사 송고를 거부하고, 보직간부들의 자진사퇴가 이어지며 MBC 내 '제작거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오정환 MBC 보도본부장은 "부정한 저들에 맞설 것"이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 오정환 보도본부장 "생명만 붙어 있으면 부정한 저들에 맞설 것"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오 본부장은 13일 흔들리지 말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 보도국 간부들을 독려했다.

회사 안팎의 어려움 속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선배이자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보도국 간부 여러분께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습니다.

저 역시 미래를 좀처럼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누구는 다음 주 중반 기자들이 파업을 하고 9월 초에 총파업을 하면 국회에서 문제를 삼고 이를 근거로 방통위에서 방문진 이사들을 모두 해임하려는 게 정부여당의 음모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정권의 언론계 완전 지배를 야당들이 남의 일 보듯 수수방관할지, 방문진 이사들이 법적구제 절차를 밟지 않고 조용히 해임될지, 새 방문진은 야당 추천 인사들까지 순조롭게 구성될지, 그 방문진이 새로 구성되는 시점이 내년 8월하고 크게 차이가 날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에게 쉽지 않은 시간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힘겹게 느끼지는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노력과 의지를 믿지만, 누구도 여러분 한 사람의 힘만으로 우리 회사를 둘러싼 상황을 바꾸라고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시간동안 옳다고 믿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으로 믿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노력해 뉴스를 더 정상적으로 방송하는 게 시청자에 대한 의무이지만, 뉴스를 다 한다고 회사 분규가 가려지고 덜 한다고 우리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무거워지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는 거짓 보도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묻혀지는 진실들이 있다는 신념을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내 특정 단체는 외부 세력과 정치권력의 지원 속에 분규를 일으켜 회사 업무를 마비시키면 경영진이 무너질 것으로 조직원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경영진은 그런 압력으로 물러나지 않습니다. 1988년 노조원들이 사장실에 들어가 끌어낸다고 김영수 사장이 사퇴하지 않았다면 MBC의 운명도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는 인식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끌려나가 짓밟히더라도 생물학적인 생명만 붙어 있으면 부정한 저들에 맞설 것입니다.

회사를 비판하며 일터를 버린 후배들이 모두 위선은 아니겠지만 그들을 조종하는 세력이 과거 편파 허위 보도를 했고 앞으로 우리 회사를 장악하면 또다시 국민을 속일 거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좌파 권력의 광포함이 느껴지는 작금의 상황에서 너무 당연한 줄 알았던 법치주의와 다원주의 기회균등 언론자유 즉 대한민국 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려야 하는 날이 다시 올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하게 됩니다.

다만 지금은 흔들리지 말고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투쟁이 필요한 날이 다가와 혹시 모를 탄압에 대응하고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누군가가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다시 한 번 보도국 간부 여러분들께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해 드립니다.

오 본부장은 사회1부장, 취재센터장 등을 거쳐 김장겸 사장의 첫 인사 때 보도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올해 4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개한 '언론장악 부역자' 2차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 7월 방문진 회의에 참석했을 때에는 노조(MBC본부)를 '나치'에 비유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오 본부장의 이같은 메시지는 '이탈' 움직임을 보이는 보직간부들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 MBC 'PD수첩' PD들이 일상적인 제작자율성 침해 실태를 폭로하며 제작거부에 나선 후, 시사제작국·콘텐츠제작국·보도국 취재/카메라기자들까지 제작거부에 동참했다.

지난달 24일에는 'PD수첩' 팀장이었던 장형원 시사제작3부장이, 지난 4일에는 '생방송 오늘 아침'과 '생방송 오늘 저녁'을 담당하는 김형윤 시사제작4부장이 보직을 자진사퇴했다.

지난 11일에는 민운기 콘텐츠제작2부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경영진에 전했고, 최재혁 취재센터장도 12일 SNS에 "너무 힘들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친다. 회사를 위해서 노력을 열심히 했지만… 어렵다"며 이미 보직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썼다.

지난 11일 게재된 MBC 채용공고

 

현재 상황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MBC 경영진의 의지는 곳곳에서 읽힌다. MBC는 회사 정책 친화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눈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문건이 드러나자 '정체불명의 괴문서'라고 일축했다가, 부실 해명 지적을 의식한 듯 회사 차원의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제작거부 중인 MBC 취재·카메라기자들을 대체할 경력사원을 각각 10일, 11일부터 모집 중이다.

또한 11일에는 보도본부 명의로 글을 올려 배현진 앵커와의 언쟁 이후 보복성 인사를 당했다고 폭로한 양윤경 기자와 MBC본부에 "허위사실 유포를 중단하라"고 엄포를 놨다.

같은 날 메인뉴스 '뉴스데스크'에서는 ["공영방송 사장, 책임 물을 수 있다"…"노골적인 탄압"], [여·야 '특별근로감독' 놓고 공방…'맹탕' 청문회], ['공영 방송 정상화' 시민행동 어떤 단체?] 등 공영방송 MBC 정상화 흐름을 비난하는 리포트를 연달아 내보냈다. 12일에는 [바른정당 "경영진 쫓아내기 노골화…MBC 탄압 중단해야"] 등 현 MBC 사측을 옹호하는 입장을 담은 단신도 나갔다.

◇ 'PD수첩' PD들이 시작한 '제작거부', 인원도 규모도 확산 중

하지만 현 김장겸 MBC 사장 체제를 거부하겠다는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오늘(14일)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지역MBC 기자들의 '무기한 기사 송고 거부'다.

서울MBC를 제외한 16개 지역사(부산·대구·광주·대전·전주·경남·춘천·충북·제주·울산·강원영동·목포·여수·안동·원주·포항)의 취재·카메라기자 270여 명이 가입된 전국MBC기자회는 서울MBC로 기사를 송고하지 않겠다고 11일 밝혔다. 지역사와 네트워크 체제를 이루는 MBC는 각 지역 소식을 지역사로부터 받고 있어, 뉴스 제작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MBC기자회는 "우리는 MBC가 공영방송임을 잊은 적이 없다. 오늘의 우리의 결정은 한 치의 주저도 없다. 우리는 서울 동료 기자들의 뉴스 제작 중단을 전폭 지지한다"며 "우리는 지역의 소식이 서울 뉴스의 땜질용 기사로 전락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서울과 지역으로 나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그 어떤 차별을 위한 등급에 반대할 것이며, 우리는 우리를 향하는 모든 재갈에 끝까지 함께 손잡고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MBC기자회는 또한 기사 송고 거부 외에도 공영방송 MBC뉴스를 망가트린 책임자들이 물러날 때까지 검은 리본 패용 등 지회별로 다양한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11~12일 양일 간 MBC 정상화 요구를 비판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사진='뉴스데스크' 캡처)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은 오늘(14일) 오전 11시,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 조우석 이사,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의 고영주 이사장, 김광동 이사의 즉각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규제기관의 '감독 권한 실행'을 요구했다.

앞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11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방통위의 업무 중 하나가 공영방송의 정상화"라며 "어떤 정권에도 흔들림 없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 제 임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방통위의 '감독권'을 언급하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하는 데 조처를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MBC 사장이나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쪽에서는 공적 책임이나 공정성을 지켜지 못하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임기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14일 현재 MBC 제작거부 상황은 다음과 같다.

△MBC 'PD수첩' PD들 제작거부(25일째) △MBC 시사제작국 기자·PD들 제작거부(12일째) △MBC영상기자회(카메라기자들)·콘텐츠제작국 제작거부(6일째) △MBC 보도국 취재기자들 제작거부(4일째) △전국MBC기자회 서울MBC로의 기사송고 거부(1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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