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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먼저'라면서…자리 양보 부탁하면 "유난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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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임산부 배려석 도입 5년…예비엄마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

대전도시철도에 마련된 임산부 배려석에 한 남성이 앉아있다. (사진=자료사진)

 

임신 7개월의 조영희(32)씨는 오늘도 출근길이 힘겹다.

서있기가 힘들어 '임산부 배려석'으로 가만히 눈을 돌려보지만, 자주색의 임산부 배려석에는 남성 한 명과 중년여성이 앉아있다.

"우리 공사에서는 전동차 객실 내 임산부를 위한 전용석을 지정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두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기관사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지만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은 드물다.

좌석은 물론 좌석 위쪽과 바닥까지 임산부 배려석임이 표시돼있지만 여전히 임산부들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조영희씨는 "막상 임산부석에 앉으려고 하면 이미 다른 분들이 앉아계시고 양보해달라고 말을 꺼내기도 솔직히 어렵다"고 말했다.

조씨는 "너무 힘들어 노약자석에 앉은 적도 있는데 젊은 사람이 와서 앉았다고 어르신들의 눈총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임신 9주차 정혜원(33)씨도 지하철을 탈 때마다 곤혹스럽다. 정씨는 "유산 가능성도 높고 입덧으로 힘들지만, 겉으로는 표가 안 나 배려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어있지 않은 임산부 배려석이 정씨는 아쉽기만 하다.

온라인 카페와 SNS에서도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호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임산부 배지를 달고 있어도 아무 의미가 없다", "임신 9개월 동안 딱 한 번 앉아봤다"는 경험담들이 줄이어 올라온다.

대전도시철도는 지난 201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임산부 배려석을 도입했다. 도입 5년, 그 사이 색상도 바꾸고 수도 늘렸지만 임산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대전도시철도는 지난해 3월부터 열차 내 임산부석을 열차(1편성 4량) 당 2석에서 4석으로 늘리고 기존 분홍색에서 자주색으로 바꿔 가독성을 높였다.

또 좌석 위에 임산부석임을 알리는 '임산부 먼저' 스티커를 부착하고 객차 바닥에도 임산부석임을 표시하는 등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김해 경전철의 경우 임산부 배려석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양보 신호등(Pink Light)'를 시범 설치해 확대 여부도 주목된다. 비콘을 소지한 임산부가 임산부 배려석 가까이 가면 배려석 옆에 설치된 '핑크라이트'가 비콘의 신호를 감지해 깜빡이며 임산부가 있음을 알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강제성을 부여할 수는 없는 만큼 정착 여부는 시민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임산부 최모(34)씨는 "입덧이 심해 임신부 배려석에 앉은 아주머니에게 자리 양보를 부탁한 적이 있는데 '유난떤다'는 말이 돌아와 머쓱하고 서러웠다"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지만 임산부 배려는 아직도 아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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