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다자외교 데뷔무대였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8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북핵 6자회담 당사국들을 포함한 총 27개 국가가 참가한 이번 ARF에서 우리 정부는 주요국과의 대북공조를 이끌어냈지만 중국과의 사드갈등 등 기존의 외교 시험대도 재확인했다.
◇ 강경화 외교 "北 고립 확인했다···대북공조·베를린 구상 이해 구해"강 장관은 8일 폐막식을 앞두고 가진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번 ARF외교전의 가장 큰 성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베를린 구상에 대한 참가국들의 지지와 호응을 얻었다는 것을 꼽았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9시 30분)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갖고 있는 대북정책, 보다 더 큰 구상인 베를린 구상에 담긴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에 대해 양자·다자 계기에 적극적 지지와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아세안 10개국은 북한 리용호 외무상을 포함한 북한 대표단이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하기 전 북한의 도발 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고,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거부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의장국인 필리핀이 대표로 북한을 만나 아세안 국가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ARF 기간동안 쉴새없이 이어진 한미, 한일, 한미일 회담에서는 단연 대북제재 공조가 주 의제였다.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은 북한에 대한 빈틈없는 공조를 이어갈 것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강 장관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회담에서 제재·대화를 함께 가져가는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의장국인 필리핀이 8일 발표한 의장성명에서는 북한의 지난달 두차례 ICBM급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계속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또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 구축을 향한 남북관계 대선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지를 표시"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지지도 포함됐다.
상대적으로 북한의 처지는 '고립무원'이었다. 중국, 러시아, 파푸아뉴기니 등 극히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양자회담을 갖지도 못했다.
지난 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에 대한 적대시가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가 선택한 핵위력 강화에 대해 한치의 위협도 없다"고 말하는 등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
◇ 사드갈등·한일 위안부 합의 등 민감한 외교문제 '재확인'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가 직면한 외교적 '파고'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강 장관과의 양자 회담 모두발언에서 작심한 듯 사드(THAAD) 추가배치에 불편한 심사를 드러냈다. 왕이 부장은 "개선되는 양자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왕 부장은 일명 '언론플레이' 능하다는 평가를 듣는 인사다. 불과 몇분동안 언론에 공개되는 회담 모두발언에서 그는 우리 정부에 사드 문제를 여전히 주시하고 있다는 나름의 경고를 날린 셈이다.
일본과의 회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 장관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의 양자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나눴을 뿐 의미있는 대화를 하지는 못했다.
장관 직속의 '위안부 합의 TF'도 활동 중이지만 일본의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 '4강 중심 외교'서 벗어나 '다자외교' 첫 발 디뎌강 장관은 결산 기자회견에서, 4강 중심 외교에서 탈피해 아세안과의 외교적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문 정부의 입장을 언급하며 "이번 회의에 직접 참석해보니 대아세안 외교를 강화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 장관은 여러 아세안 국가들과 회담을 가지며 관계를 더 발전시키려 노력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전통적인 '주요국'뿐 아니라 브루나이·싱가포르·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캄보디아·베트남 등과의 양자회담으로 강 장관의 스케쥴표는 빼곡했다. 나흘간 15개국과 양자회담을 하는 강행군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후 비교적 초반에 인도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이례적으로 아세안에도 특사를 보내는 등 우리 외교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이번 ARF에서의 강 장관의 행보가 이러한 정부 기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