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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친절하자" 스스로 30cm 트라우마 이긴 김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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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사진=한화 제공)

 

2012년 4월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이 열리기 전까지 김인경(29)은 동갑내기 신지애, 박인비와 함께 세리 키즈의 선두 주자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한 뒤 2008년부터 3년 동안 매년 1승씩을 거뒀다.

나비스코 챔피언십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

김인경은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18번홀에 들어섰다. 이어 30cm 파 퍼트만 넣으면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 하지만 김인경의 퍼트는 홀컵을 돌아나왔다. 보기로 연장에 들어갔지만, 흔들리는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결국 유선영(31)에 우승을 내줬다.

당시 외신들은 "골퍼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평가했고, 김인경도 "마크를 안 해도 될 정도로 짧은 퍼트였는데 마크를 했다. 그리고 공이 오른쪽으로 흐르면서 한 바퀴 돌아나왔다"고 아쉬워했다.

우승으로 끝났으면 김인경 시대가 도래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빗나간 30cm 퍼트와 함께 김인경은 긴 슬럼프에 빠졌다.

흔히 말하는 퍼트 입스(yips)가 생겼다. 짧은 거리 퍼트를 앞두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2013년 3월 기아 클래식. 김인경은 베아트리스 레카리(스페인)과 마지막 18번홀에서 우승을 다퉜다. 2m도 안 되는 파 퍼트가 다시 한 번 홀컵을 외면했다. 레카리도 보기를 범해 연장에 들어갔지만, 결국 또 우승을 놓쳤다.

US여자오픈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한 김인경은 2014년 9월 포틀랜드 클래식에서도 퍼트에 울었다. 연장에서 2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무릎을 꿇었다.

이후 2016년 8월까지는 톱10 진입 3번이 전부였다.

하지만 김인경은 30cm 퍼트 실패로 생긴 트라우마 스스로 이겨냈다. 김인경은 "매우 힘든 시간이었지만, 코스 안팎에서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고, 따뜻해지려고 했다.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단식 수련도 했고, 인도에서는 요가 수련도 받았다. 그림은 물론 볼링, 펜싱 등 취미 생활로 트라우마 극복에 나섰다.

마지막 순간까지 트라우마는 김인경을 괴롭혔다. 6타 차로 앞선 채 브리티시여자오픈 4라운드에 들어섰지만, 조지 이워트 셰도프(잉글랜드)의 추격이 거셌다. 17, 18번 홀을 남겨두고 2타 차로 쫓겼다.

게다가 17번 홀은 킹스반스 링크스에게 가장 어렵다는 홀. 김인경은 파를 기록해 한숨을 돌린 뒤 18번 홀도 파 세이브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김인경은 "(5년 전) 퍼트를 놓친 게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은 아니라고 받아들였다"면서 "4라운드 전 다들 우승할 거라 이야기해서 나는 나 자신에게 '우승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랬더니 떨지 않고 침착해졌다"고 말했다.

"다시 날아오를 이 순간을 기다려왔어요(You were only waiting for this moment to arise)"

김인경이 가장 좋아하는 비틀스의 블랙버드(blackbird) 한 구절이다. 5년이니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워요(Take these broken wings and learn to fly)"는 또 다른 구절처럼 김인경은 스스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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