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지난 2012년 3월 한미FTA가 정식 발효된 이후 우리나라는 사실상 미국에 쇠고기 시장을 내 주고 말았다. 이제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없으면 국내 쇠고기 시장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만큼, 미국 소사육 농가 입장에서는 한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최대 수출시장이 된 것이다.
미국축산협회(NCBA; National Cattlemen's Beef Association)와 미국육류수출협회(U.S. Meat Export Federation)등 축산 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27일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내 한미FTA 재협상 요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서한문을 통해 "한미FTA는 미국 쇠고기산업이 한국에서 번창하기 위한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재구축하기 위해 (미국 축산단체들이) 그동안 투입했던 막대한 투자를 위태롭게 할 경우 한미 FTA에 대한 어떠한 변경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축산 관련 단체들이 한미FTA로 엄청난 쇠고기 수출이득을 챙기고 있는 상황에서 재협상을 통해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라고 경고 한 것이다.
실제로 한미FTA가 발효된 이후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에 공급된 쇠고기는 모두 23만1722톤으로 이 가운데 수입산 소고기가 전체의 58%인 13만4162톤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25%를 넘어, 호주산 쇠고기 점유율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지난해 9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쇠고기 수요가 위축되면서 지난 6월 한우고기 1등급 도매가격이 1kg당 1만670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3.7%나 폭락한 반면, 수입 쇠고기는 오히려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등 수입 쇠고기가 국내 시장에서 한우고기의 수급과 가격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확실하게 정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 축산 단체들이 트럼프 정부에 편지를 보내 한미FTA 재협상에 반대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 정부도 자기 나라 농민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입장이라서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트럼프가 철강, 자동차 제시했는데 그러면 우리도 농업은 우리가 10배 더 사주니까 농업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더 이상 (FTA에 대해)문제 제기 안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가 미국에 7억 달러어치의 농축산물을 수출한 반면, 미국으로부터 소고기와 밀, 오랜지 등 68억 달러 상당의 농축산물을 수입해, 농축산 분야에서만 무역 적자가 61억 달러에 달했던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