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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증세 메시지 일관성 못 지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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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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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발표된 세법개정안의 증세안을 앞두고 혼란을 불렀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갈지(之)자 행보'에 대해 김 부총리가 "유감스럽다"고 사과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8일 '2017 세법개정안'을 언론에 미리 설명하는 백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사과 발언을 내놓았다.

김 부총리는 "경제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시장에 메시지를 주고 예측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키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시장과 국민들에게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경제팀과 함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가 이처럼 '공개 사과'까지 한 이유는 명목세율 이상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던 김 부총리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대선 기간부터 그 수위를 놓고 고심해왔을 뿐, 증세 입장을 뚜렷이 견지해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미 공약에서 고소득층 소득세, 상속·증여세, 부동산 보유세, 법인세 순서로 증세를 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정작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사령탑에 앉은 김 부총리는 임명 전부터 유독 증세에 있어서는 소극적 입장에 머물렀다.

김 부총리 스스로도 사과 발언에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명목세율 인상은 현단계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4번 이상 말했다"며 "명목세율 인상은 민감한 문제이니 국민적 공감대 필요해서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실제로 김 부총리는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늘리기보다는 자본이득·금융소득 과세 강화, 과표 양성화 등을 먼저 시행하고,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인상보다 대기업 비과세·감면 정비 등 간접적으로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왔다.

반면 소득세·법인세의 명목세율을 인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12일 경제현안감담회까지만 해도 김 부총리는 "조세감면 등 일부 개편 내용이 들어가겠지만, 적어도 명목세율을 올리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세제개편에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자료사진)

 

하지만 지난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행정자치부 김부겸 장관이 "재정당국에서 내놓은 재원조달방안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증세 검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추미애 대표가 '부자증세안'의 초안을 제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에도 김 부총리는 "법인세와 소득세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재정당국이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고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있으니 같이 얘기해보는 걸로 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1일 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마무리하며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면서 '부자 증세' 기조를 뚜렷이 했다.

새 정부의 대규모 사업을 위한 재원 확보 방안을 놓고 야당의 공세가 거세던 가운데 여론의 반발이 부담스러울 증세안을 놓고 여당이 던지고 청와대가 받으며 자연스레 논의의 물꼬를 튼 셈이다.

그동안 증세 반대 입장을 펼치던 김 부총리는 25일에야 ""명목세율 인상 문제를 검토 중"이라며 말을 바꿨다.

김 부총리가 증세에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소신을 갖고 정부 및 여당, 청와대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문 대통령이 증세를 공론화하며 논의를 확정한 이상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자신의 소신을 접어두고 증세안을 구체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작업에 집중하는 것은 김 부총리의 당면한 업무다.

하지만 증세 여부 결정을 코앞에 두도록 새 정부 경제팀의 사령탑인 김 부총리가 손발이 맞지 않는 행보를 노골적으로 보인 바람에 언론과 시장은 증세 여부를 놓고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정세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중용됐던 김 부총리의 경력과 경제 관료 조직을 대표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의 김 부총리의 위치에 주목해 '관료 조직의 저항'으로 설명했다.

정 소장은 "이전 박근혜 정부는 감세와 재정건전성만 강조했는데, 관료 조직이 스스로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며 "가뜩이나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관료 집단을 이끄는 입장이 더해지면서 김 부총리는 증세를 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김 부총리와 같은 소극적인 증세 인식을 가진 관료가 문제가 아니라 문 대통령과 전체 국정전략이 중요한 문제"라며 "증세에 대한 중심적인 정책과 장기 전략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에 혼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 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자신이 준비된 대통령이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얘기했지만, 증세에 대해서 뭘 준비했고, 나라다운 나라의 조세정책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다"며 "김 부총리의 사과에 그치지 않고 새 정부 경제팀 모두가 세금 정책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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