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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파동에 지지층 돌아설라…靑, '좌깜빡 우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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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임시배치"라지만 여권 내에서도 "사실상 추가배치…철회 힘들 것"

북한이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NSC(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THAAD)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를 지시한 것을 놓고 당·정·청의 기류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 등 여권에서는 사실상 사드 전면 배치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이지만 청와대는 이번 배치가 임시적인 조치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도발 관련 긴급 현안보고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국방부 '전면배치 전 단계로서 임시배치'…與 일각서도 '배치되면 철회 어려워'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의 화성-14형 시험 발사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 전면 배치를 건의했고, 전 단계로 임시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사드 배치를 취소할 수도 있는 조건부 배치냐는 질문에는 '그 뜻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번 배치가 사실상 사드 전면 배치의 선제적 조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보문제에 정통한 여권 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드 배치는 기정사실화 됐다고 봐야 한다"며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했다가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다시 철회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와이에 사드가 배치될 때도 '긴급 배치'라고 했지만 결국 정식 배치 수순을 밟았다"며 "정국 등을 의식해서 '임시 배치'라고 돌려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드가 배치된 성주골프장 부지 자료사진. (사진=대구일보 제공/자료사진)

 

◇ 靑 "배치될 사드의 성격? '현재로서', '지금단계'에서는 '임시'라는 말"

청와대는 그러나 이번 사드 배치는 임시적 조치라며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끝난 뒤 사드 배치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사드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도 "사드 임시 배치를 하고 (환경)영향평가는 평가대로 진행하면서 영향평가가 끝나는 시점에 다시 한 번 최종적인 (사드)배치 여부에 대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설명을 뜯어보면 배치되는 사드가 현재 시점에서는 임시적인 성격을 띠지만 향후 전면 배치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1일 '완전 배치를 전제로 한 임시 배치인가'라는 질문에 "'지금 단계'에선 말씀드릴 수 없다"고 확답을 피하며 "환경영향평가를 병행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임시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靑의 '임시 배치' 주장은 중국 의식한 것…가을까진 이어갈 것"

청와대의 이런 행보는 사드에 대한 중국과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당초 사드 레이더가 북한 지역만 탐지한다는 것을 기술적으로 입증해 중국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 이후 사드 추가 배치가 갑자기 결정 나면서 이런 설득 작업을 충분히 하지 못한 상태다.

아직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에 이어 청와대까지 나서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 할 경우 대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권관계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화된 한중 관계'를 중요한 업적으로 제시해왔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사드 배치로 사실상 뒤통수를 치면서 시 주석의 입장이 곤란해진 상황"이라며 "최소한 올해 가을 열리는 '제19차 공산당 대회' 전까지는 '임시 배치'라는 입장을 청와대가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이라크파병 교훈 삼은 '左깜빡 右회전' 분석도

청와대의 이런 행보가 사드 배치에 대한 논란을 계기로 지지층 이탈이 시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적 조치의 성격도 포함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당시 사드 배치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등에 주목하며 강력 비판한 바 있다.

대선정국이던 지난 3월에도 "사드 배치는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한데 박근혜 정부는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졸속으로 사드 배치를 처리했다"며 "차기 정부에서 충분한 공론화와 외교적 노력들을 하면서 (사드 배치에 대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이제 와서 사드 전면 배치라는 결론을 사실상 미리 정해놓고 일반 환경영향평가와 국회 비준동의 등의 형식적 절차만 밟으려 할 경우에는 지지층 내에서조차 반발을 부를 공산이 크다.

당장 사드 발사대 배치 과정에서 경북 성주 주민들과 경찰 병력이 충돌하고, 이 모습이 야권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다면 70%대의 지지 여론도 싸늘히 식을 가능성도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추진하는 바람에 개혁‧진보진영 등 지지층 이반의 촉매제가 됐던 참여정부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이라크 파병 등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외교적 성과였지만 여론전에선 실패한 참여정부의 교훈을 기억하고 있는 여권은 사드 문제 역시 '임시 배치'라는 '왼쪽 깜빡이'를 켜면서도 실제론 '전면 배치'라는 '우회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여권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당분간 추가 배치된 사드에 대해 '임시 배치'라는 이름을 붙여 시간을 번 뒤, 문 대통령 휴가 이후 정부와 여당이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며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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