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이 TV 드라마를 만들고, 방송사 PD는 영화를 만든다.
매체간 경계를 허무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플랫폼과 매체의 다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해석이다.
TV에서도 드라마와 예능, 교양 연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외적 성장, 콘텐츠 제작 홍수에 따른 결과다.
◇ 드라마 찍는 영화감독들
지난 26일 첫선을 보인 tvN '크리미널 마인드'는 양윤호 감독이 연출한다. 양 감독은 앞서 2009년 KBS 2TV '아이리스'를 연출해 성공시킨 데 이어 두번째로 드라마 연출에 나섰다.
양 감독은 '유리' '화이트 발렌타인' '리베라메' '홀리데이' '바람의 파이터' 등의 영화를 연출했다.
오는 8월5일 시작하는 OCN '구해줘'는 영화 '야수' '무명인' 등을 만든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다.
앞서 '고스트 맘마' '싸움' 등을 만든 한지승 감독은 SBS TV '연애시대'(2006)로 드라마에 진출한 뒤 tvN '일리있는 사랑'(2014)을 연출했다.
또 '친구' '챔피언'의 곽경택 감독은 MBC TV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8),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해어화'의 박흥식 감독은 SBS TV '달콤한 나의 도시'(2008)를 각각 연출했다.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의 장항준 감독은 SBS TV '싸인'(2011)을 연출하고 tvN '위기일발 풍년빌라'와 SBS TV '드라마의 제왕'의 대본을 썼다.
'크리미널 마인드'의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는 29일 "할리우드에서도 감독들이 드라마 연출을 많이 한다"며 "좀더 영화 같은 화면이 필요하거나 규모가 큰 드라마를 찍을 때 영화감독들이 드라마를 찍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영화 메가폰 잡은 PD들 코믹 사극 시리즈 '조선명탐정'은 KBS를 거쳐 JTBC에 둥지를 튼 김석윤 PD가 연출한다.
2011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2015년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을 성공시킨 김 PD는 다음달 '조선명탐정3'의 메가폰을 다시 잡는다. 그는 방송사에 적을 둔 상태에서 영화를 연출해 성공시킨 대표적인 스타 PD가 됐다.
지난해 KBS 1TV 극사실주의 다큐 '임진왜란 1592'를 성공시킨 김한솔 KBS PD는 이의 스핀오프 버전 격 영화 '귀선'의 제작에 나섰다. 김 PD가 거북선을 주제로 한 '귀선'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고, KBS가 영화사 트리니티와 함께 이 영화를 제작한다.
그에 앞서 '풍문으로 들었소' '밀회'의 안판석 PD는 2006년 영화 '국경의 남쪽'을 연출했다.
KBS 관계자는 "원소스멀티유즈의 시대에 방송사 PD가 좋은 아이템으로 영화도 연출한다면 방송사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 예능·교양 PD, 촬영감독이 드라마 연출 김석윤 PD는 원래 KBS 예능국 PD였다. 그는 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성공에 힘입어 동명의 영화를 연출하면서 영화계에 입성했고,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연타석 흥행으로 감독으로서의 지위를 다졌다.
tvN에서 '응답하라' 시리즈를 히트시킨 신원호 PD도 KBS 예능 PD 출신이고, 최근 KBS 2TV '최고의 한방'을 만든 유호진 PD도 KBS '1박2일'의 인기를 이끈 예능 PD다.
tvN '써클'을 연출한 민진기 PD는 tvN 'SNL코리아'를 연출하던 예능 PD였고, OCN '나쁜 녀석들'과 '38사기동대'를 성공시킨 한동화 PD는 촬영감독 출신이다.
또 영화 '귀선'에 도전하는 김한솔 PD는 KBS 교양국 소속이다.
CJ E&M 관계자는 "예능 PD 중에 드라마 연출에 관심 있는 PD가 많다. 촬영감독도 마찬가지"라며 "드라마 제작이 늘어나고 있어 본인이 역량이 되고 충분히 준비돼 있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