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가 개봉하자마자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6일 개봉한 '군함도'의 스크린수는 2,027개로, 블록버스터 경쟁작이 없다시피했던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최고 스크린수(1,965개)를 넘어섰다. 현재까지 최고 스크린수(1,991개)를 배정받았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기록도 깼다. 드디어 '스크린 2,000개' 시대가 열린 셈이다.
하루 동안 상영횟수는 10,174회가 넘었고, 상영점유율 또한 절반을 훌쩍 넘는 55.2%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52.8%의 좌석점유율을 가진 '군함도'가 개봉일만 97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극장들이 대목인 여름 성수기 시장에서 천만 영화를 꾸준히 탄생시키며 비수기 적자를 메우는 것은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흥행이 보장되는 화제성 높은 영화들은 관객들 반응이 오기도 전에 '물량 공세'를 펼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교차 상영을 감안하더라도, 단일 영화로는 지나친 '스크린 독점'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병훈 영화감독은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제대로 미쳤다.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다. 대한민국 전체 영화관 스크린수 2,500여 개. 상생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 다만 일말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군함도'의 상영시간표를 접한 일반 관객들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군함도'와 '옥자'를 비교하며 "영화 생태계 망친다며 '옥자' 극장에 걸지도 않았으면서 군함도 스크린수 독과점은 괜찮나? 양심 좀 가져보라"고 멀티플렉스영화관들에 쓴 소리를 건넸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군함도 스크린 장악 너무 무섭다. 전국에서 5~10분 단위로 계속 상영된다는데 이건 무슨 목줄 잡고 천만 영화에 앉히는거나 다름없지"라고 꼬집었다.
'군함도'가 깬 '스크린 2,000개' 기록에 우려를 표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이 네티즌은 "'군함도'가 점유한 스크린이 2,000를 돌파한 순간부터 또 하나의 선이 무너졌다. 1,000개, 1,500개의 선이 무너지면서 많은 영화들이 그만큼의 스크린을 점유하기 시작하지 않았던가. 스크린 독과점은 절대적으로 법이 제동을 걸어야만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군함도'가 여름 성수기 포문을 열었기에 이 같은 스크린·상영 배정 결과가 나왔다는 입장도 있다. '택시운전사', '청년 경찰' 등이 개봉하면 자연스럽게 스크린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관객들의 영화 소비 패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극장들의 여름 매출이 연간 32% 비중을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100만 관객 가까이 들었다는 건 이런 스크린 배정과 상영 배정에 관객들이 반응했다는 것이다. 여름 화제작을 소비하고픈 관객들의 '니즈'와 극장의 이해관계 그리고 배급사의 입장, 이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 분석가는 오히려 스크린수보다 '교차 상영' 피해가 더 막심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스크린수보다는 상영횟수가 흥행과 직결된다. 스크린은 배정을 받아도 횟수가 좋은 시간대에 돌아가지 못하니까 의도치 않게 피해를 주는 꼴이다. 차라리 배정이 되지 않으면 포기할텐데 '군함도'와 함께 스크린을 나눠가진 다른 영화들은 관객들이 들어 올 기회를 빼앗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