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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삽하게도 '군함도'엔 강제징용 흔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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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경덕 교수 "역사 왜곡 넘어 인류 보편적 가치마저 왜곡"

일장기가 내걸린 관광선 위에서 하시마 섬(군함도)이 보이고 있다. (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일제강점기에 자행된 조선인 강제징용 참상을 그려낸 영화 '군함도'가 26일 개봉하면서, 일본 정부의 비뚤어진 역사 왜곡 행태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또다시 불붙고 있다.

그간 뉴욕 중심지 타임스스퀘어에 군함도 강제징용의 진실을 알리는 광고영상을 거는 등 역사 바로 세우기에 매진해 온 서경덕(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영화 '군함도'에 대해 "일본의 근현대사 왜곡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개봉에 앞서 지난 20일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접했습니다. 일본 하시마 섬(군함도)에 관련된 내용만 다룬 것이 아니더군요. 배우 이정현 씨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지적하고, 나가사키 원폭 문제도 건드렸어요. 영화 한 편을 통해 일본의 근현대사 왜곡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룬 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일본 군함도에 가면 일제의 무자비했던 강제징용 흔적을 결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서 교수의 설명이다.

"(군함도가) 지난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조건부였어요. 정보센터나 안내판 등 강제징용과 관련한 정보를 관광객들에게 알릴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으로 약속했던 거죠. 가장 큰 쟁점은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의 이러한 (조건부 등재)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네스코의 권고사항마저 무시한 채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죠."

그는 "세계문화유산은 말 그대로 인류 보편적 가치에 해당하는 것을 선정하는 것 아닌가"라며 "유네스코의 권고사항까지 무시했다는 것은 일본 정부가 역사 왜곡을 넘어 인류 보편적인 가치마저도 왜곡하려는 의도"라고 질타했다.

◇ "일본 정부, 강제징용 활발했던 1940~1945년 역사 지웠다"

서경덕 교수(사진=서 교수 제공)

 

서 교수는 지난 15, 16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 군함도에 다시 한 번 다녀왔다. "새로운 안내판이 생겼다고 해서 확인차 갔다"는 것이다. '혹시나'라는 기대를 품고 갔지만, '역시나'라는 현실만 확인하고 돌아온 답사였다.

"해당 안내판 역시 메이지유신 시대에만 한정지어서 당대 일본의 산업 유산을 홍보하는 데 머물렀더군요. 군함도에 들어가기 전에 관광선들이 다카시마 섬을 거치는데, 여기는 훨씬 더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징용을 당했던 곳입니다. 다카시마 섬에 가면 석탄자료관이라는 곳을 보여줘요.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왼편에 다카시마·하시마 섬과 관련된 굉장히 큰 연표가 있어요. 그 연표에도 (강제징용이 정점에 달했던) 1940년부터 1945년까지만 도려내져 있습니다."

그는 "지금 일본에서는 유네스코에서 아무리 권고를 하고 우리가 압박한다 하더라도, 이들 나름대로 굉장히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강제징용 부분을 없애려 노력한다는 것이 명확하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군함도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된 뒤 관광선을 예약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졌어요. 그만큼 관광객이 어마어마하게 몰리고 있다는 거죠. 관광선 한 척에 최소 200여 명이 타는데, 처음 한 곳으로 시작한 관광선 회사가 지금은 4, 5군데로 늘었습니다. 그런데도 예약이 꽉 차 있어요. 하시마 섬이 등재 2년 만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떠오른 거죠. 일본 정부 역시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관광지로만 홍보하고 있고요."

"일본 정부의 이러한 왜곡은 일본 국민들의 역사 인식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서 교수의 지적이다.

"새로 만들어진 안내서 어디에도 '강제징용'이라는 단어는 없어요. 관광객들이 하시마 섬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데, 특히 조선인들이 강제징용 됐던 곳은 아예 막아놨어요. 섬 내부 건물 등을 보여주는 영상에서도 강제징용과 관련한 어떠한 단어도 내뱉지 않습니다."

그는 "현장 가이드에게 '일본 정부에서 강제징용을 인정하기로 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인데, 왜 설명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다"며 "무조건 '모른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 "일본 역사 왜곡 문제, 문화 콘텐츠로 세계 여론 주도해가는 게 세련된 방법"

영화 '군함도'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홍보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서 교수가 하시마 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가 20여 년 전부터 독도·동해 표기, 일본군 '위안부' 등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꾸준히 이를 알리려는 홍보 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5년 전부터 자연스레 강제징용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특히 나가사키 지역의 산업혁명 유산과 관련된 부분에서 일본 정부는 정말 얍삽하게도 강제징용이 활발했던 시기인 1940~1945년을 빼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려 애쓴다는 정보를 접했어요. 누가 보더라도 이건 아니잖아요."

서 교수는 "한일간 역사 문제를 다룰 때는 자칫 감정적인 대립으로 흐르기 때문에 이러한 일본의 역사 왜곡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히려 세계인들에게 정정당당하게, 제대로 알려서 세계적인 여론으로 일본 정부를 압박해 나가는 것이 세련된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홍보 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를 바로잡는 부분과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부분은 투트랙 전략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역사에 너무 얽매여서 미래를 함께 못 간다는 것은 또 다른 큰 문제를 낳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역사 왜곡은 분명 잘못된 것이기에, 계속 지적해서 올바르게 고쳐 나가야죠. 일단 기본적으로 역사 왜곡 부분에 대해 지적할 수 있는 부분들을 치열하게 지적하고, 그 이후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은 함께해야 합니다. 그것이 한일 관계를 보다 건전하게 다지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이 점에서 서 교수는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를 바로잡는 문화 콘텐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제가 최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올렸던, 하시마 섬의 진실을 알리는 광고 역시 하나의 문화 콘텐츠잖아요.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는 영화 '군함도'와 같은 문화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것이, 감정적인 대립 없이 오히려 더욱 큰 파급효과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쉰들러 리스트'(1993)라는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홀로코스트 문제를 새삼 부각시켰던 것처럼 말이죠. 이제 8·15도 다가오는 만큼, 우리 역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의미 있는 일들을 우리 스스로, 함께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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