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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서 '잃어버린 9년' 인권위, 제 위상 되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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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기관 격상·조직인력 확대…인권위원 다양화 방침 부재는 아쉬워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내내 좀처럼 존재감이 없었던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대폭 강화해 명실상부한 인권 옹호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민 혁명'에서 나타난 새로운 인권 수요와 국제기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참여를 촉진한다고 밝혔다.

인권위 확대·강화 방침으로는 ▲09년 조직 축소 이전 수준으로 인권위 인원.조직 등 확대 ▲개헌을 통한 헌법기관화 ▲인권기본법 제정 ▲군인권 보호관 신설 ▲인권위 권고 수용률 제고 등이 언급됐다.

◇ 보수정권 치하 인권위 '수난사'

인권위의 수난사는 현병철 전 인권위원장 임명부터 시작됐다.

헌 전 위원장은 2009년 12월 '용산참사'를 안건으로 다뤘던 인권위회의에서 "독재라고 해도 좋다"며 회의를 일방적으로 폐회했다. 그는 당시 이명박 정부 때 발생한 용산참사를 미롯한 민간인 사찰 등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사안을 강건너 불보듯하며 인권운동 진영에 거센 비판을 받았다.

헌 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유남영.문경란 당시 상임위원이 동반사퇴하고, 조국 비상임위원도 같은 이유로 사퇴했지만, 현 전 위원장은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2011년 7월에는 인권위 계약직 조사관 해임을 반대한 직원 11명에게 징계를 내려 다시 한 번 구설에 올랐다.

또 2014년에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된 최이우 목사는 교계 언론 등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한 전력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인권위 조직·인력도 축소됐다. 인권위는 2002년 5국.18과.1소속기관에 정원 180명으로 출범한 이후 조직과 정원이 조금씩 증가하면서 2007년에는 5본부.22팀.4소속기관에 정원 208명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인권위의 조직과 인원이 대폭 축소됐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인권위 조직을 3국(관)·11과·3소속기관에 정원 164명으로 축소했다. 전체 인원의 20%를 단숨에 삭감한 것이다.

현재 인권위는 3국(관)·14과·1팀·5소속기관에 정원은 194명이다. 장애인 차별 관련 업무가 인권위 업무에 포함되면서 조직과 인력이 소폭 늘어났을 뿐이다.

◇ '촛불시민 혁명'으로 수립된 文 정부, 인권위 부활시킨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인권위가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기본 체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박범계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은 지난 5월 인권위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이 인권위 위상을 높이려는 기대와 여망을 그대로 실현 하기 위해서는 인권위 역시 지금까지 관성에서 벗어나 더 전향적인 인식 전환과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인권위가 수년 째 추진해왔던 개헌을 통한 헌법기관으로의 승격도 추진된다. 헌법기관으로 승격이 되면, 인권위의 위상은 물론 자체 예산과 조직운영에 대한 재량도 제고된다.

무엇보다 인권위의 독립성이 강화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꼽힌다. 정권의 영향으로 인권위가 좌지우지됐던 악순환을 끊을 기회인 것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오랜 염원 사업인 만큼 관계 기관과 논의해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권기본법 제정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동안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관리·운영돼 왔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과 조직 운영·관리 등 여러 성격의 법률이 섞여 있어,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인권기본법은 헌법이 정한 기본권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보다 구체적인 법률로 구현한 것으로, 국내 인권 체계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가 모이고 있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인권기본법이 마련되면, 순차적으로 인권위 조직 운영에 관한 법률도 손질돼야 한다"면서 "체계적인 인권법률 시스템이 갖춰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문재인 정부는 군인권 보호관을 신설해 인권 사각지대인 군인권을 보호하고,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정부 부처 평가에 반영해 공권력의 인권감수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도 정했다.

이같은 방침은 촛불시민 혁명으로 수립된 정부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국민주권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 반영된 조치로 평가된다.

◇ 법조인 일색 인권위...구성원 다양화 방침 부재는 아쉬워

다만, 인권위원 다양화에 대한 방침이 빠진 부분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현재 인권위원은 법조인을 중심으로 일부 시민단체와 종교계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현재 이성호 인권위원장과 정상환.최혜리 상임위원, 한위수.이은경.한수웅.조현욱 비상임위원이 모두 법조인 출신이다.

김 소장은 "현재 재직 중인 인권위원 중에 정통한 인권운동가나 인권변호사라고 불릴 만한 분들이 없다"며 "대부분 법조인으로 구성됐고, 인권에 정통한 인사로 불릴 만한 위원이 적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권변호사, 인권활동가, 인권 관련 학계 전문가 등도 위원으로 충분히 위원으로 선출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비상임위원을 모두 상임위원으로 전환해 인권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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