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목표는 30골이다. K리그에서 내 역사를 쓰겠다"(조나탄), "나는 득점왕을 이미 세 번이나 했다. K리그에서 경험도 (조나탄보다) 훨씬 많다."(데얀)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득점왕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한여름 무더위 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득점왕 후보로 3경기째 득점포 침묵을 지킨 양동현(포항)과 부상으로 주중 경기에 결장한 자일(전남·이상 13골)이 주춤한 가운데 '보급형 호날두' 조나탄(27·수원·16골)과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36·FC서울·13골)이 치고 올라왔다.
조나탄과 데얀은 19일 열린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경기에서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K리그 클래식 체제로 개편한 2013년 이후 같은 날 해트트릭이 2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생애 처음 K리그 클래식 득점왕에 도전하는 조나탄과 통산 네 번째 득점상 타이틀을 노리는 데얀의 자존심 싸움이 볼만하다.
둘 중에서 절정의 골 감각을 뽐내는 건 브라질 출신의 '특급 공격수' 조나탄이다.
조나탄은 3경기 연속 멀티골을 작성하며 3경기 7골의 폭발력을 자랑하고 있다. 임대 신분에서 벗어나 수원에 완전 이적 계약을 한 후 8경기에서 12골을 쏟아 넣은 무서운 득점력이다.
조나탄의 장점은 한 박자 빠른 슈팅 스피드와 각을 가리지 않는 부챗살 슈팅이다. 상대 골키퍼가 방향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감각적인 슈팅 능력을 갖췄다.
조나탄은 19일 전남과의 경기에서도 1-1로 맞선 후반 20분 염기훈의 슈팅이 수비수를 맞고 나오자 오른발 슈팅으로 첫 골을 뽑았고, 후반 5분 두 번째 골에 이어 후반 40분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특히 세 번째 골은 골키퍼 예측 불허의 사각에서 나온 원더골이었다.
지금 같은 득점 페이스라면 조나탄이 목표로 내건 30골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지난 2014년 대구FC를 통해 K리그에 데뷔한 조나탄은 첫해 14골을 터뜨렸고, 2015년에는 25골을 넣어 챌린지(2부리그)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조나탄은 데얀이 자신의 세 차례 득점왕을 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 "데얀이 기록적으로 나보다 훨씬 잘하는 선수는 맞다"면서도 "나는 지금 K리그에서 역사를 막 쓰고 있기 때문에 내 역사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나탄 추격에 나선 데얀은 K리그 데뷔 11년 차의 관록이 강점이다.
서른 여섯 살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로운 볼 터치와 간결하지만 위협적인 움직임이 데얀의 트레이드마크다. 아울러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는 마무리 능력의 K리그 최고 수준이다.
데얀은 19일 인천과의 경기에서도 전반 8분 이상호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첫 골을 뽑았고, 후반 25분 신광훈의 패스를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연결해 두 번째 골에 성공했다. 이어 후반 34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해트트릭의 주인공이 됐다.
몰아치기 골에도 능한 데얀은 K리그의 '해트트릭 사나이'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2008년 7월 5일 포항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후 이날까지 개인 통산 6번째 해트트릭이다. 김도훈 울산 감독과 부산·수원·성남에서 활약했던 샤샤와 함께 프로축구 통산 해트트릭 최다 공동 1위에 올랐다.
지난 2011년 23골, 2012년 31골, 2013년 19골을 터뜨려 3년 연속 K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데얀은 자신의 네 번째 득점왕까지 노려볼 심산이다.
그는 조나탄에 대해선 "나와 조나탄을 비교하기는 힘들다"면서 자신의 득점왕 경력과 K리그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강조했다.
불붙은 득점왕 경쟁에서 조나탄이 물오른 골 감각을 앞세워 생애 첫 K리그 클래식 최고의 골잡이로 탄생할지 아니면 관록을 자랑하는 데얀이 2013년 이후 4년 만에 타이틀을 탈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