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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간 178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정부 내부에서도 증세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행정자치부 김부겸 장관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재정당국에서 내놓은 재원조달방안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증세 검토 필요성을 거론했다.
김 장관은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에 소득세 최고구간을 조절하겠다 했고, 법인세율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너무 약한 것이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국민들에게 우리 경제 현실을 정확히 알리고 좀 더 나은 복지 등을 하려면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부담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내지도 못하는 지하경제 활성화 같은 얘기 말고 소득세율 조정 등 증세 문제를 갖고 정직하게 얘기하고 국민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표 걱정한다고 증세 문제 얘기를 안하고 복지는 확대해야 하는, 언제까지나 이 상태로 갈 수는 없지 않느냐"며 "새 정부의 재정운용 큰 계획을 짜는 시기인 만큼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 가운데도 4명은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을 이어갔다. 또다른 2명은 "기본적으로 증세에 동의하지만 지금은 새 정부 국정 방향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지지 확산이 우선돼야 한다"며 "논의 시기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회의를 주재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와 소득세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재정당국이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고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있으니 같이 얘기해보는 걸로 하자"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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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 오후부터 이틀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첫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국가재정운용의 큰 방향과 전략을 결정한다.
이를 앞두고 정부 내부에서 증세 검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증세를 포함한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집중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전날 '100대 국정과제'를 공개면서 여기에 소요되는 178조 원의 재정을 사실상 증세 없이 확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입 확충을 통해 82조6000억 원, 세출 절감을 통해 95조4000억 원을 조달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세수 자연증가분을 60조5000억 원으로 늘려 잡거나 재정 지출 절감을 60조2000억 원으로 산정한 점, 기금 여유자금 활용 등으로 35조 원 넘게 조달하겠다는 방안 등이 논란의 도마에 올라있다.
정부는 그러나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조달 필요성이나 실효 세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진하겠다"며, 증세 카드는 사실상 '최후의 보루'로 미뤄뒀다.
하반기 꾸려질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빨라야 내년초쯤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지방선거 이후에나 증세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동연 부총리는 "다음주에 새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겠다"면서 "수요 측면에선 소득과 일자리 중심, 공급 측면에선 혁신 경제라는 두 개의 축으로 우리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