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 역을 맡은 배우 송하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11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는 '꼴통 판타스틱 4'라는 애칭을 지닌 청춘들의 꾸밈없는 삶을 담은 작품이었다. 태권도 선수에서 격투기로 종목을 전환하고 재기를 노리는 고동만(박서준 분), 백화점 인포데스크가 아니라 '뉴스데스크' 앵커를 꿈꾸는 아나운서 지망생 최애라(김지원 분), 뛰어난 미각을 무기로 홈쇼핑업체 MD가 된 김주만(안재홍 분), 주만과의 결혼을 꿈꾸는 홈쇼핑업체 콜센터 직원 백설희(송하윤 분)의 이야기가 때론 독립적으로, 때론 두루 엮이며 펼쳐졌다.
박서준, 김지원, 안재홍, 송하윤은 모두 또래였다. 92년생인 김지원이 조금 어린 편이긴 하지만 나이 터울이 높지 않았다. 극중에서 모두 동갑내기로 나오는 만큼, 이들은 정말 친구처럼 지내며 가까워졌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하윤은 얼마 전 다녀온 제주도 포상휴가 때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모든 시간을 같이 했던 동료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전했다.
(노컷 인터뷰 ① '쌈, 마이웨이' 송하윤 "설희로 사는 게 진짜 행복했어요")◇ 2박 3일 동안 절대 떨어져 있지 않았던 넷
시청률이 엎치락뒤치락했던 지상파 3사 월화드라마 중 비교적 꾸준히 1위를 차지했던 '쌈, 마이웨이'는 드라마 종영 후 제주도로 포상휴가를 다녀왔다. 재미있는 일이 없었느냐고 물으니 "가장 평범하면서 가장 즐겁게" 보냈다는 답이 돌아왔다.
"(보통 드라마를 찍으면) 한 번이라도 전체 회식을 한다. 저희는 야외촬영이 너무 많고 팀도 많고 찍을 게 너무 많았어서 단 한 번도 밥을 먹은 적이 없었다. 제주도 가서는 서로 얘기하고 밥 먹으면서, 가장 평범하면서 가장 즐겁게 보냈다. 잠을 안 잤다. 서로 (시간이) 아까웠다. 잠자는 시간이 아까웠다. 계속 2박 3일 동안 어디 안 떨어져 있고 계속 같이 있었다. 밥 먹고 쉬고 놀 때도 다 같이 했다. 자로 들어갔는데 문자가 와 있는 거다. '자?', '뭐해?', '잘 거야?' 이래서 또 나와서 밤 샜다. 수영하고 놀고. 2박 3일 동안 잠을 안 자서 돌아오자마자 잠만 잤다. (웃음)"
함께 연기한 소감에 대해서도 송하윤은 "다 되게 좋았다. 호흡도 잘 맞았고. 일단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저희가 낸 NG는 즐겁거나 웃겨서 하는 NG만 있었지 다른 건 없었다. 연기자, 스태프 분들 할 것 없이 진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쌈, 마이웨이'의 네 주인공 박서준, 김지원, 송하윤, 안재홍 (사진=KBS 제공)
◇ "외모, 인지도를 신경 쓰고 연기하진 않는다"
송하윤은 2005년 MBC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에서 체조천재 정마루 역할로 데뷔했다. 연기자라는 자각도 거의 없을 때였다. 대본 보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역할로 "살았다". 어느덧 12년 경력의 연기자가 된 송하윤은 날 것 그대로였던 과거의 자신이 '부럽다'고 했다.
송하윤은 현빈 등에 매달려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통신회사 CF로도 얼굴과 이름을 많이 알렸다. 당시는 '김별'이라는 예명을 쓸 때였다. 이름에 얽혀 있는 인지도를 포기하면서까지 '송하윤'(그의 본명은 김미선이다. 아름다울 미, 착할 선 자를 쓴다)이라는 새 예명을 짓는 것은 모험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인지도를 생각하면서 직업을 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송하윤은 "주위의 우려가 있었다. 마흔, 쉰이 되어서도 '김별 씨' 하기에는 힘들지 않느냐고 해서 20대 후반에 바꿨다. 후회는 없다. 김별은 김별대로 열심히 살았고 송하윤은 송하윤대로 지내고 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나이(32살)에 비해 어려 보이는 외모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물음에도 비슷한 답이 나왔다. "외모를 신경 쓰며 연기해 본 적이 없"다는. 그는 "역할이 다양하게 있다면 저는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 아줌마 역할도 잘할 수 있다. 외형적인 걸 신경 쓰면서 캐릭터를 대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쌈, 마이웨이' 때는 중간부터 스타일리스트가 없었다. 스스로도 '딱히 스타일리스트가 필요한 역할은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여유가 생기면 주만에게 더 좋은 것을 사 주곤 했던 설희였기에, 극중에서 입고 나오는 옷이 4벌 정도였다. 잘 다듬어지지 않은, 생활감이 묻어나는 헤어스타일도 의도한 것이었다고.
"두 달 전부터 미리 염색을 해서 기르니 4개월 동안 뿌리가 이만큼 자랐다. (연적인) 예진이(표예진 분)와의 차이가 필요했다. 설희가 너무 예쁘면 주만이가 흔들릴 수 없거든요. 편안함을 다르게 표현해 보고 싶었다. 오래 연애하다 보면 여자가 (꾸미는 데) 소홀해지잖아요. 맨얼굴로 나갈 때도 있고. 6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길더라. 설희가 커리어 우먼적인 캐릭터도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더 그럴(덜 꾸밀) 수 있겠다 싶었다. 의상도 몇 벌만 딱 정해 놓고 그것만 돌려 입었다. 운동화 하나, 슬리퍼 하나, 티셔츠 두 개. 과거 씬에서만 조금 신경 써서 입었다. 예진이와 비슷하게 보일 수 있게."
배우 송하윤 (사진=황진환 기자)
◇ 시간을 내어 보아주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파송하윤은 이름과 얼굴을 더 널리 알리는 데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송하윤'이 알려지기보다는 자신이 맡았던 배역으로 불리는 게 더 기분 좋다고 했을 정도다. 흔히 여배우에게 갖는 편견 중 하나인 '어느 순간에든 예뻐 보이기 위해 애쓴다'는 것도 그에겐 남의 일이었다. 오히려 역에 어울리지 않게 무조건 예뻐 보이려는 태도를 경계했다.
"저는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다. 화려하기보다는 솔직하길 원한다. 내추럴한 걸 선호한다. 사실 짙은 화장, 구두가 굉장히 불편하다. 아직까지는. 충분히 못난이처럼 하고 있어도 조명감독, 촬영감독님이 알아서 예쁘게 해 주시고 알아서 감정에 맞게 (화면을) 잡아주시는데 제가 화려하고 예쁜 걸 고집할 필요가 있나 싶다. 가장 예쁘지 않은 건, 그 역할에 맞지 않는 옷과 메이크업을 했을 때인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인지도를 높여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다는 송하윤이 가장 우선시하는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좋은 선배들을 만나면서 이런 생각이 굳어졌다고. 스물다섯, 여섯쯤의 일이다.
"(데뷔했을 땐) 너무 어렸고 잘 몰랐다. 저도 끊임없이 좌절하고 많이 울고 웃으면서 변한 것 같다, 지금의 성격이 되기까지. 한 작품이 끝난다는 게 제게는 한 인생이 계속 끝나는 부분이어서 그런지 성격과 성향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당연히 지금이랑은 많이 달랐는데 어느 순간 좋은 선배님들을 많이 만나면서, 무언가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빨리 알게 됐다. 내려놓으면 내려놓을수록 작은 행복이 저한테는 더 크게 느껴진다는 걸 되게 많이 느끼면서 지냈던 것 같다."
12년 동안 해 온 연기는 점점 어렵고 동시에 재미있어진다. '쌈, 마이웨이'의 마지막 책(16회 대본)을 덮을 때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임상춘 작가의 글을 굉장히 많이 사랑했다고 고백했다. 여운이 남아있는 만큼, 차기작도 조금은 여유를 두고 고를 예정이다.
"지금은, 한 작품 한 작품 끝날 때마다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 제가 뭘 잘못하고 부족했는지 굉장히 많이 푸는 편이다. 숙제를 잘 풀면서 다음 작품을 만나야 되지 않을까, 급하게 만나기보다는. 설희를 꾹꾹 담아 두고 다음 것을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조금 천천히 보고 있다. 어떤 누군가가 (드라마를 보기 위해) 한 시간을 내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너무 바쁘니까. 저를 위해서 시간을 써 주고, 내용을 보아주는 분들한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더 좋은 시간을 선물할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 급하게 막 오는 대로 하기보다는 저를 좀 더 다스리고 성숙하게 다듬은 다음에 임하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