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유벙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51) 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45억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녀 섬나(50)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유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유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프랑스 측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할 때 적시한 죄명은 횡령"이라며 "(강제송환 후) 프랑스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다른 범죄사실인 배임으로 기소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한 경우 죄명을 바꿀 수 있게 돼 있다"며 "프랑스 형법에도 (한국과 같은) 배임죄가 있어 문제 될 게 없다"고 맞섰다.
검찰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할 경우에는 죄명에 구애받지 않고 변경할 수 있다는 조약의 규정이 있다"며 "구속영장 청구시에도 변호인측에서 똑같은 주장을 했고,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할 때 다뤄졌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유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공소장에 적힌 컨설팅 비용과 관련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실제로 컨설팅이 이뤄진 대가로 돈이 오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씨는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의 공소사실 입증 계획과 재판의 쟁점 등을 재판부가 확인하는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할 의무는 없다.
검찰은 유씨의 횡령·배임 혐의 액수를 총 475억4천만원으로 추정했지만, 프랑스 당국과 맺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일단 배임액 45억9천만원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범죄인인도 조약에 따르면, 범죄인인도 청구국은 인도 요청시 피청구국(프랑스)에 제시한 체포 영장 혐의로만 기소할 수 있다.
재판부는 증거 신청과 관련해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 뒤 유씨의 정식 공판을 시작할 예정이며, 유씨의 2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11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