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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구상' 남북 모두의 고민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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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째 장고 중인 北, 후속조치 고민하는 南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베를린 구상을 놓고 남북의 고민이 깊다. 북한은 15일로 베를린 구상 발표 10일째를 맞지만 아직도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장 받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북한의 복잡한 속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베를린 구상의 후속조치를 마련하느라 고민이 깊다. 북한의 호응을 유도해 국면 전환을 꾀할 새 정부의 대북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관계 부처의 의견 조율을 위해 후속조치 발표도 미뤄졌다.

북한은 과거 한국 대통령의 제안에 그다지 시간을 끌지 않았다. 2011년 5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에 대해 2일 만에, 2014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3일 만에 거부 입장을 밝혔다.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을 이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대해서는 6일 만에 반응이 나왔다. 아무리 길어도 일주일을 넘기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는 15일로 벌써 10일째 반응이 없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언급을 하기는 했다.

베를린 구상에 대해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의 낡은 틀에 갇힌 채로 내놓은 제안이라면 북측의 호응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논평’ 수준의 언급으로 북한의 공식 반응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가정법을 쓰면서 마치 남측의 간을 보는듯한 언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복잡한 속내를 반영한다는 관측이다.

사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는 북한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고, 솔깃한 대목도 있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에서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핵 문제는 남북이 아니라 북미 간에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문제를 분리하려는 북한 입장에서는 불편한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베를린 구상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 ‘흡수 통일이 아니라 오직 평화’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온 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존중을 기본 전제로 깔고 있고, 각론으로 들어가서도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금지'처럼 솔깃한 내용도 들어있다.

사실 군사분계선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전단 살포 중단은 북한의 최고 통치자 김정은 위원장이 관철을 지시한 최고 관심사항 중 하나이다. 북한으로서는 베를린 구상을 활용해야할 현실적인 유인이 있는 셈이다.

한 북한전문가는 “ICBM급 ‘화성 14’ 미사일의 시험발사로 조성된 긴장국면에서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안을 고심할 것”이라며, “핵 문제에서 미국과 한국을 분리하면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은 관철하고 싶은 것이 북한의 속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복잡한 속내의 북한을 상대하는 정부의 고민도 깊다. 정부는 당초 이번 주 베를린 구상의 후속 조치를 마련해 발표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를 위해 청와대는 13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를 열고 베를린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그러나 회의를 마친 뒤 관계 부처에서 하기로 한 언론 브리핑을 취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베를린 구상의 후속 조치를 둘러싸고 관계 부처 간에 이견이 있다기보다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을 짜 나가는 과정에서 의결 조율 등 협의가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베를린 구상의 후속조치는 북한의 호응을 유도해 국면 전환을 꾀할 새 정부의 총체적인 대북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시간이 걸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한미군사훈련 중단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코 수용 불가능한 만큼,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유도할 다양한 전략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베를린 구상의 계기를 살리지 못하면 올 하반기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이 불가피 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금지 등의 현안을 통해 베를린 구상의 계기를 살리느냐 여부가 향후 남북관계의 중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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