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식혀 줄 시원한 장르 영화 축제,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가 화려하게 개막했다.
13일 경기도 부천시청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배우 전도연, 신하균, 도경수(엑소 디오), 김의성, 강수연, 안성기, 이경영, 이상아, 김지미, 장미희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다양한 연령대 배우들이 참석해 부천영화제 개막을 축하했다.
앞으로 10일 간 열릴 부천영화제를 즐기기 위해서는 어떤 정보가 필요할까. 올해 부천영화제에서만 특별히 만나볼 수 있는 행사를 소개해 본다.
◇ 이 시대가 낳은 배우, 전도연 특별전
올해 부천영화제는 유독 다양한 특별전으로 무장했다. 그 중 하나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영화계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는 배우 전도연 특별전이다.
부천영화제는 이번에 크게 두 가지 의미에서 전도연 특별전을 준비했다. 먼저 감독이 아닌 배우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특별전이라는 점 그리고 아직도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배우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여성 배우가 할 수 있는 장르 영화가 현저히 부족한 한국에서 전도연은 20년 동안 멜로, 드라마, 스릴러, 액션 등을 가리지 않고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해왔다.
전도연은 이번 부천영화제 기간 동안 두 차례 관객들과 만난다.
14일 오후 5시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는 '메가토크-접속하라 전도연'이 열린다. 그가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밀양'을 상영하고 이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전도연 외에도 '밀양'의 이창동 감독과 김혜리 영화평론가가 자리한다.
다음 날인 15일 오후 3시 CGV 부천 8관에는 '스페셜토크-감독, 전도연을 만나다'가 준비돼 있다. 전도연과 두 명의 감독들이 스크린 안과 밖 전도연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함께 만들었던 영화세계를 만나보는 시간이다.
◇ 남성 권력에 맞선 '여성 괴물들'최근 영화계에서는 여성 주연 영화의 필요성과 페미니즘 시각에서의 접근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도연과 같은 여성 영화인의 특별전 또한 이런 영화계의 화두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몇몇 작품들을 제외하면 아직까지도 국내 영화계에는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장르 영화는 전무한 상황이다. 의미있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지만, 해마다 여성 영화인들이 충무로에서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이런 여성 장르 영화에 목마른 관객들을 위한 '무서운 여자들: 괴물 혹은 악녀' 특별전이 열린다. 장르 영화 속 남성 권력 체제를 전복시키는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16일 오후 5시 30분에 진행되는 '메가토크: 강한 여자, 못된 여자, 무서운 여자'에서는 김영덕 프로그래머와 손희정 문화평론가, 조혜정 영화평론가 등이 네 편의 영화를 통해 불온한 괴물성으로 남성 권력을 심판하고 가부장을 두렵게 하는 여성 괴물들을 탐구해 볼 예정이다.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 신선한 장르 영화의 향연이번 부천영화제에는 전세계 58개국 289편 영화가 초청됐다. 이들 영화를 모두 볼 수 없다면 '부천 초이스: 장편'에 선정된 경쟁 부문 영화들을 주목해보자.
경쟁 부문에 오른 만큼,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을 담아낸 영화들이 대다수다. 기존 장르 문법을 따르지 않고, 참신함으로 무장한 이들 영화는 호러와 스릴러 장르에 속해 있다. 무더운 여름, 서늘함을 느끼기에 알맞는 작품들이다.
알바니아 최초의 호러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영화가 포진해 있다.
전규환 감독의 신작 '숲 속의 부부'를 비롯해, 장르 영화계의 신진 듀오 저스틴과 애런의 '벗어날 수 없는', 서정적인 SF '블랙 할로우 케이지', 실험적 작품 '왕이 된 남자', 올해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68 킬', 헝가리판 살인의 추억 '누명', 서늘한 가족스릴러 '검은 숲 속으로', 라오스에서 온 여인들의 호러 '디어 시스터', 괴물 퇴치기 '몬 몬 몬 몬스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