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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스타트업 만난다…‘베끼기’ 논란, 접점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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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협회-FIT스타트업 관계자, 13일 비공개 미팅 진행

한국관광공사 원주본사. (사진 출처=다음 로드뷰 캡처)

 

한국관광공사(공사)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개발한 사업모델과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기로 해 ‘상품 베끼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일단 만나 대화를 하기로 했다. 갈등을 풀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사와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협회) 등에 따르면, 13일 비공개 미팅이 열린다. 공사와 협회 관계자, 그리고 공사에 문제제기를 하는 FIT(해외개별관광객)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대화로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고, 해결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 회장인 배상민 에스엔비소프트 대표는 “회원사마다 이견은 약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공사의 이번 시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곧바로 공사에 직접적인 문제제기를 하기보다 일단 대화를 나눠보고 판단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어 “내일(13일) 미팅에서 서로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게 되면, 협회 내부 논의를 거쳐 협회는 협회대로, 업체는 업체대로 대응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고 덧붙였다.

◇ 스타트업 “공기업이 민간업체와 경쟁” VS 공사 “돕겠다는 취지의 사업”

이번 논란의 시발점은 한국관광공사 추진 중인 ‘FIT 방한 유치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및 관광코스 개발’과 ‘FIT 온라인 포털사이트 구축 및 운영사업’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4일까지 조달청 나라장터를 두 사업의 용역 사업 참여자를 모집했다.

그러자 이미 FIT 관련 상품을 개발해 운영 중인 스타트업(트레이지, 펀타스틱코리아, 트래볼루션 등) 측이 “상품 카피(베끼기)”라며 문제제기를 했다. 정부가 소규모 자본으로 운영 중인 민간 스타트업을 돕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카피 상품을 내놓아 고사시키려 한다는 지적이다.

공사 측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FIT 온라인 포털사이트는 관광콘텐츠의 해외 홍보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포털 사이트”라며, “관광콘텐츠(상품)의 판매로 연결시키는 국내 온라인 여행플랫폼과는 운영 취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체험 등 FIT 타깃 여행상품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스타트업 등의 사업 애로사항을 파악한 결과, 대다수 비용 등의 문제로 해외 광고홍보, 해외 유명 여행사이트 입점 등 해외 홍보 마케팅에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어,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고 했다.

때문에 “공사의 FIT 포털사이트에는 여행사, 스타트업 등이 비용 없이 입점하며, 개별 관광객이 상품 구매를 원할 시 업체의 사이트로 바로 연결되므로 수익은 업체에서 발생하게 된다”며,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계는 이 포털 사이트를 자사의 상품 홍보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반복되는 논란 … "민간 스타트업 바라보는 관의 시각 변해야"

공사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업계 쪽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또는 대기업 등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골목상권이라 할 수 있는 스타트업 사업을 도용해 피해를 준 사례들이 오래전부터 반복했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문화포털이 민간 인디밴드 공연정보서비스 ‘인디스트릿’과 행사, 이벤트 예약시스템인 ‘온오프믹스’ 등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베껴 진행했다가 ‘갑질’ 논란이 일어 전면 백지화한 사례도 있다.

또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정보원은 지난 2014년 말 바풀의 서비스와 똑같은 무료 공부 앱 서비스 '꿀박사'를, 경찰청은 스타트업 더치트가 개발한 중고 거래 사기범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등을 확인해주는 앱과 거의 유사한 ‘사이버캅’을 출시해서 카피캣(모조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양대 인터넷 포털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카피캣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네이버의 동영상 셀카앱 ‘스노우’, ‘참여번역Q’, ‘네이버페이’ 그리고 카카오의 맞춤법 검사 서비스와 카카오 파킹 등이 이미 나온 스타트업 업체의 앱과 사용환경이나 디자인, 아이디어 그리고 작동방식이 유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12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진행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관광벤처기업인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비슷한 피해사례가 이야기됐다.

장관에게 건의사항 등을 이야기하는 순서에서 김민선 오미(五味) 대표가 “관광벤처들이 어렵게 만든 관광 콘텐츠나 사업 아이템들을 지자체나 기관 등에서 뺏어가는 경우가 있다. 같이 미팅도 하고 해서 함께 하는 사업인 줄 알았는데, 지자체가 경쟁업체처럼 하면 관광벤처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울먹여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일상화되면서부터, 부처마다 발표하는 분야별 특화 앱이나 서비스가 이미 민간이 시행하는 영역과 겹치는 사례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배상민 협회장은 “최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후보자 청문회에서 배달앱 서비스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이런 사례들이 왕왕 나올 때마다 민간 업체를 바라보는 관의 시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같은 곳과 협력해서 행정부 쪽에 해당 사례와 같은 문제에 대한 상설 대응창구 등을 만들게 하는 방법도 이번 일을 계기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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