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재외공관에서의 잇단 성추문 사건에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며 철저한 대응을 공언했던 외교부가 추가 성폭행 사건에 망연자실해진 모습이다.
첫 여성 외교장관이자 개혁 과업을 안고 취임한 강경화 장관은 사건을 보고 받고 크게 진노하며 엄정 대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주에티오피아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 A 씨가 행정직 여직원 B 씨를 성폭행했다는 신고가 10일 접수돼 조사에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
A 씨는 B 씨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와인을 마셨고, 이후 만취한 B 씨를 자기 숙소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의 신고가 접수되자 외교부는 A 씨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부했다. 또 지난 11일 귀국한 A 씨를 상대로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무관용 원칙에 의거해 관련 법령 및 절차에 따라 혐의자에 대한 형사처벌, 중징계 등 엄중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강경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외교관들의 성추문은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부처의 인원 규모를 감안하면 이같은 도덕적 해이는 상대적으로 심각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에는 주칠레 대사관의 참사관급 외교관이 미성년자인 현지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실이 현지 방송을 통해 생생히 드러나 국제적 망신을 샀다.
중동 지역에 주재했던 대사는 휘하 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2015년에도 외교부 4급 공무원이 해외 출장 중에 부하 여직원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줬다.
국가를 대표한 외교관이 오히려 나라 위신을 떨어뜨리고 먹칠을 한 셈이다.
급기야 외교부는 잇단 성추문이 '구조적 문제'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자 윤병세 전임 장관 시절에는 복무기강 점검 특별지침 등을 하달하며 단속에 나섰다.
또 공관원 비위 발생시 상급자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을 묻겠다는 등 으름장을 놨지만, 이번 에티오피아 사건으로 말 뿐인 대책이었음이 드러났다.
이처럼 잦은 성 비위 사건이 국제적인 망신은 물론 전체 외교부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와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교부 내에서는 어느 때보다 개혁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인적 쇄신과 기강 확립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강경화 장관의 지시로 지난 11일 출범한 '외교부 혁신TF'의 주요 과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상대적으로 관리감독이 소홀한 재외공관에 대한 특별감찰 등을 위해 감사실에 1개과를 증설하는 방안 등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사건을 통해 상대적으로 사각지대가 더 넓은 재외공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본다"면서 "강 장관 취임 시기와 맞물려 강력한 대응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들의 실망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